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비교적 안전하고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몰리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를 비롯한 기업들이 제2금융권에 맡긴 돈이 대폭 늘어 2000조원을 돌파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지난 4월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제2금융권)의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수신 잔액은 2022조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불과 넉달 사이 110조8696억원(5.8%) 급증한 수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요즘 같은 경우에는 금리 자체가 너무 낮아서 0.1%만 높아도 고객들이 몰리는 추세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 저축은행으로 고객들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말 은행의 예금 잔액은 1171조 348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6210억원(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은행 예금 잔액(83조1841억원)이 7.7% 늘어난 것에 비해 한참 밑도는 수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정기예금의 경우 금리가 높은 상위 10개사는 모두 저축은행이다. 반면 금리 2%를 넘는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시중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상품 중 금리가 2%를 웃도는 상품이 100여개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
적금도 마찬가지다.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적금 금리가 높은 상위 10개사는 모두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 3%(세전이자율)를 웃도는 적금 상품은 25개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3%대를 넘는 상품은 없었다. 가장 높은 금리는 2.2%고 1%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추면서 2금융권으로의 쏠림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이 평균적으로 2%, 적금이 2.4~2.5%정도인데 이 정도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돼 수신금리도 내려갈 수밖에 없고 고금리 특판 상품도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유치하려고 공격적으로 4%대의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에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다"며 "고금리 상품 출시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건전성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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