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정부의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지금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라는 염원을 담은 결의대회로 그 열기가 뜨겁다. 특히, 부산은 이번 정부의 용역 평가에서 고정장애물 평가가 배제된 것을 두고, '안전성'이 우선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고정장애물은 산봉우리나 고층 아파트 등으로 항공기 운항에 장애가 되는 지형지물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신공항 입지 용역 평가에서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장애물' 평가가 별도 항목에서 제외되고, 일부 항목으로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성 채점 평가에서 고정장애물이 많은 밀양이 부산 가덕도 보다 유리하게 됐다는 것이 부산시의 주장이다.
현재 부산의 여야 정치권은 물론, 상공계, 시민단체, NGO 등이 합심해서 "신공항은 접근성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용역 결과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산악장애물로 인한 항공기 사고의 사례는 괌, 목포,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가 대표적이다.
괌 사고는 1997년 8월 6일에 229명 사망, 부상 25명 등 총 25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국내에서는 1993년 7월 26일 목포공항 인근 운거산(324m) 추락사고로 68명 사망, 38명이 부상, 그리고 360만 부산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는 2002년 4월 15일 중국민항기 돗대산(204m) 추락사고 129명 사망, 37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산악장애물로 인한 항공기 사고 꼽고 있다.
만얀, 산악장애물이 없었다면 최악의 기상조건이나 착륙조건에서도 비상착륙을 시도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항공기 사고의 70~80%는 비행가 이, 착륙시간인‘마의 11분’에 발생한다. 기상이 악화되어 시계가 불안전할 경우 이용되는 항공기 계기착륙시스템(ILS)은 직진성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산악장애물이 있을 경우 전파가 산란되어 시스템이 오작동할 우려가 있어 조종사가 수동으로 직접 조종해야 한다. 항공조종사들이 산악장애물이 있는 공항을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부산발전시민재단이 주관하고, ㈜포커스컴퍼니가 김해공항 취항 25개 국내외 항공사 조종사 39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에 설문한 결과에서도 조종사들은 ‘해안입지’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꼽았으며, 김해공항은 북측 산악장애물로 인하여 ‘위험’하다고 인식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 평가에서 위험하다는 인식은 72.7%, 안전위협 요인으로는 김해공항 북측 장애물이 80.8% 지적받아 2002년 중국 민항기사고가 깊이 인식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공항 입지 결정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안전성이 75.5%로 높은 반면,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5.0%가 나왔으며, 최적입지로는 334명이 응답해 317명(94.9%)은 해안입지인 가덕도를, 17명(5.1%)은 내륙입지인 밀양입지를 선택했다.
특히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인 조종사들은 밀양 내륙입지를 ‘Bad Choice’라고 말한다. 내륙공항과 해안공항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밀양입지는‘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2011년도 국토교통부 평가시에 안전에 문제가 되었던 27개의 산봉우리 중에서 4개만 절취하면 항공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밀양입지는 김해쪽의 나전리 뒷산(205m), 안곡리 뒷산(412m, 395m), 석용산(370m), 신어산(403m), 봉화산(141m) 등 총 19개소, 경남 창녕쪽의 덕암산(470m), 강태봉(455m), 월봉산(445m), 비룡산(380m) 등 7개의 봉우리, 밀양쪽의 백산(108m) 1개소 등 총 27개의 움직일 수 없는 산악 고정장애물이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발생한 김해공항 북측 돗대산(204m)보다 높은 곳이 대부분으로 항공안전에 더 치명적이다.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회도 13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요소를 내재한 공항은 이·착륙 때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신공항은 안전성과 경제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회는 "장애물을 타고 흐르는 상승 또는 하강 기류는 항공기의 활주로 접근 때 예측 불가능한 항공역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고정 장애물 평가가중치가 적게 반영됐다는 최근의 논란이 사실이라면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치명적인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항공학적 검토 역시 비행경로 변경 등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것으로 비행역학 및 항공역학 측면에서 위험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대우 교수는 "김해공항 북쪽에서 착륙할 때는 산 때문에 일종의 선회를 한 이후 착륙절차를 밟는데 이런 비행기술이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또 "해상과 비교할 때 분지에 위치하는 활주로는 앞서 이·착륙한 항공기의 날개 끝에서 생성된 와류(渦流)의 소멸시간이 길어 다음 항공기의 이·착륙 대기 시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항공기 날개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소용돌이가 사라질 때까지 다음 항공기는 이착륙을 기다려야 하고 그만큼 이착륙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교수들은 주장했다. "밀양 후보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항공기 이·착륙과 이륙을 대기할 때 발생하는 배기 오염물질이 분지에 정체되면서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교수회는 밝혔다.
가덕도도 해상 악천후, 김해공항 중첩, 교통 접근성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밀양보다 우세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시 관계자도 "공항시설은 이용객들이 500km 이상 이동하기 위하여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륙하고 착륙하기 위한 입지에 건설되어야 한다. 공항까지 접근하기 교통시설은 도로와 철도로써 개선이 가능하다. 해외로 나갈 때 출발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공항까지의 이동시간 10~20분 차이는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며, "공항은 접근성보다는 국민의 안전이 먼저다. 외국인 조종사가 말하는 ‘Bad Choice’보다는 안전을 생각하는 ‘Good Choice’를 선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남도는 밀양이 입지로 선정될 경우, 산봉우리가 27개 잘려 인근 전통 사찰이 훼손되고, 비행기 소음, 환경파괴 및 청소년 학습권 피해가 예상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밀양의 신공항 후보지는 산봉우리 4개소(5300만㎥) 절토만으로 사찰 및 문화재 시설 등에 대해 훼손없이 신공항 건설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소음피해가 큰 1·2종지역은 공항부지에 편입되어 이주하기 때문에 소음영향이 없고, 김해지역은 1·2종, 3종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음피해가 미미한 3종나·다 지역으로 김해국제공항의 소음피해 세대수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밀양신공항 건설에 따른 불교 사찰 훼손, 산봉우리 절토, 소음피해 등에 대한 내용은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자료집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지적하며 “대구·울산·경북·경남 4개 시·도에서 제시한 밀양신공항 변경안을 살펴보면 사실무근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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