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수출부진에 구조조정까지 겹치며 한 여름에 불어닥친 고용한파가 매섭기만하다.
장기화된 수출부진으로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까지 위축되는 등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두 달째 2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 본격화로 경남지역 실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청년 실업률은 4개월 연속 당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5월 취업자 수는 264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1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3월 30만명을 기록한 이후, 4월 25만2000명에 이어 2개월 연속 20만명대다.
특히 고용 증가세를 이끌었던 제조업 고용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부진과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이 398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줄었다. 감소 폭이 줄긴 했지만, 마이너스를 벗어나진 못했다.
이는 월간 수출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인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이 부진하자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이는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5월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5만명에 그쳤다. 올 3월까지 23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하며 호조를 이어왔던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4월 증가 폭이 4만8000명으로 떨어지며 2년5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한 바 있다.
하반기들어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조선업 등 부문의 일감 축소가 시작되면 고용시장에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 조선업이 몰린 경남 지역의 실업률은 3.7%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오르는 등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고용률은 60.7%에서 60.0%로 0.7%포인트 떨어졌다.
전국 실업률이 3.8%에서 3.7%로 0.1%포인트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경남지역의 실업률 상승은 압도적이다.
경남지역의 실업률은 2012~2013년에만 해도 2%에 머물러, 전국 평균실업률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아 전국에서 가장 양호한 지역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실업률이 뛰기 시작해 이제는 전국 평균과 같아졌다.
경남지역 실업자는 올 5월 현재 6만5000명으로, 1년새 2만2000명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실업자는 1만7000명 줄었으나, 경남지역은 사정이 달랐다.
제조업 부진에 따른 고용 충격은 경북, 울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북(실업률 2.5→3.7%)과 전북(실업률 1.8→2.4%)은 경남 다음으로 실업률 상승폭이 컸다.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속한 울산 지역도 실업률(3.2→3.3%)이 소폭 상승하고, 고용률(62.4→61.8%)이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 부진·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고용위축 영향이 우려된다"며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노력을 강화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하반기 경기보완 등 하방위험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실업률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심각한 취업난을 보여주고 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9.7%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이는 1999년 6월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이후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올해 2월부터 매월 당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청년 취업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청년층 고용률은 42.7%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는 2007년(42.8%) 이후 9년 만에 최고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청년실업률은 고용률이 4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실업률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 추세는 계속 이어왔고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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