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직원이 예술가가 되면 과자는 예술이 된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회사의 지향점을 이렇게 말했다.
‘국악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국악전사(國樂傳師)’란 별칭을 얻을 만큼 ‘아트경영’에 애정을 쏟고 있는 윤 회장은 “기업이 이윤에 목을 맨다고 치자. 그렇게 쌓은 생산성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나. 사는 일에 풍류를 더한다면 아무도 굶어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자도 조각이다. 과자가 예술품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예술품에 대한 감동은 멋·디자인·포장까지 포함해서다. 직원들에게 창을 부르게 하고 조각품을 만들게 하고 시를 쓰라 일렀더니 전부 예술가가 되더라. 떼창꾼이 만든 과자, 조각가가 만든 과자, 시인이 만든 과자…. 즐기게 하니 감성이 높아지고 일의 몰입도도 커지는 등 활기가 넘쳤고, 예술과 같은 제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장남이다. 1969년 크라운제과에 입사했다가 1980년대 초 독립해 인천에서 과자포장기계 공장을 차려 운영했다. 1995년 크라운제과로 복귀했지만 3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회사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서 윤 회장은 법원에 화의를 신청해 결국 회사를 되살렸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은 회사 덩치를 키워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롯데나 오리온(옛 동양제과) 등과 맞서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기업이 1997년 부도가 난 정통의 명가 해태제과였다. “다윗이 골리앗을 먹으려 든다”며 인수하면 함께 망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밀고 나간 그는 2005년 해태제과 인수에 성공했다.
그가 아트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해태제과 인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윤 회장은 “2004년 12월 해태제과 인수를 한 달 여 앞두고 양사의 임직원을 진정한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러던 중 옛 선비들이 혼자 하기는 어려운 공부를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서로 격려하고 정진해 나가는 동문수학의 정신을 착안해 사내 종합 교육 프로그램으로 ‘AQ 모닝아카데미’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AQ’(Artistic Quotient)는 ‘예술가적 지수’를 일컫는다. 직원들에게 국악, 클래식, 문학, 예술 등을 익히게 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은 주말에 아트밸리에서 공병과 나뭇가지, 폐철근, 돌 등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AQ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트경영의 또 다른 명칭인 ‘AQ경영’을 통해 윤영달 회장은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었으며, 직원들의 역량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해태제과의 대히트작인 ‘허니버터칩’도 AQ경영의 산물이었다. 짠맛 위주의 감자칩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만년 꼴찌였던 해태제과는 단맛을 강조한 역발상으로 허니버터칩을 개발해 시장 판도를 일거에 뒤집어놨다. 허니버터칩 덕분에 해태제과는 퇴출 15년 만인 2016년 증시에 재상장했다.
윤 회장은 “일반적으로 과자는 90%가 충동구매다. 요즘 먹을 게 없어 과자를 찾거나, 배가 고파서 과자를 먹는 이는 드물다. 과자를 입으로 먹는 시대는 갔다. 과자는 추억이 담긴 하나의 콘텐츠다”면서 “‘과자+α’라고 했을 때 ‘α’가 바로 아트다. 명품도 좋은 재료와 디자인에 아트가 덕지덕지 들어간 것이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꿈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과자, 느끼고 즐기는 과자를 만드는 게 크라운해태제과가 추구하는 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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