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용일 일렉트로마트 브랜드팀장 “세상에 없는 마트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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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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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 일렉트로마트 브랜드 팀장이 지난 2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마트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대형마트에 가족이 함께 가면 남자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남자들의 놀이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일렉트로마트의 설계자 박용일 일렉트로마트 브랜드팀장(49)은 이 매장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남자들의 소외 현상에 주목했다. 20년 이상 이마트에 몸을 담으면서 실제 체험한 불편함을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셈이다. 현재는 남자들의 놀이터를 넘어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도 성장 중인 일렉트로마트다.
 

[사진=이마트 제공]


◆갈 곳 없는 아버지, 색다른 마트를 만들자

대형마트의 변신은 한국 사회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1993년 이마트가 창동점에 처음 문을 열면서 대한민국의 대형마트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했다. 당시 재래시장이나 지역 슈퍼 중심이던 쇼핑 문화는 가족들이 카트를 몰며 화목함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저녁 상차림을 위한 어머니 중심의 장보기에서 가족 전체가 스며든 것이다.

초기에는 신선한 문화적 변화에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꼈다. 가족들은 함께 쇼핑을 만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반응도 시들어갔다.

박 팀장은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아이는 커서 카트에 없고, 남편은 더 이상 카트를 밀 힘이 없다”며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경쟁점이 많이 생기면서 후발주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대형마트들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이마트도 차별화를 꾀해야 했다. 박 팀장은 문득 남자들을 위한 공간을 구상했다.

점장으로 근무하던 경험과 가족을 따라 쇼핑을 하던 경험이 함께 떠오른 것이다. 두 상황 모두에서 박 팀장은 소외된 남성으로 존재했었다.

가전매장 점장을 하던 시절에는 특별한 시즌 행사가 없는 경우에 항상 썰렁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마트의 판매 제품이 식‧음료 중심이다 보니 가전매장은 사람들에게 거쳐가는 곳 정도로만 취급됐다”며 “의욕을 가지고 판촉에 나서거나 제품 설명을 해주면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해 접근조차 꺼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남자들은 갈 곳이 없어 주변 벤치에 앉아 허송세월을 보내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적어도 남자들이 편하게 와 있어도 좋을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 넣는 것도 좋다고 판단했다. 일렉트로마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이마트 제공]


◆기본은 가전 + 남성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

일렉트로마트의 기본은 가전이다. 박 팀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개되지만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마트는 가전이 중심인 매장이라고 강조했다.

남자들이 편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렉트로마트에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아웃도어, 택티컬(밀리터리 룩과 비슷한 형태의 복장), 카약 등 이른바 남자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상품과 자전거, 주류 등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일렉트로마트의 기본 철학은 점포의 배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6월 18일 킨텍스 이마트 타운에 처음 선보인 일렉트로마트는 전면이 아니라 뒤쪽 공간에 배치됐다. 좋은 공간에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매출에 집착하는 형태가 아닌 고객들이 경험해보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기본 콘셉트다.

박 팀장은 “가전제품은 충동적으로 당장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매장에서 비교도 하고 구경을 한 후 최종 구매하는 특징이 있다”며 “구매보다 체험과 휴식이 먼저인 형태로 매장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점포의 앞에는 피규어나 액션캠 등 20~30대 젊은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을 꾸미고, 신 트렌드 상품들은 가족들이 직접 체험해보도록 구성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의 의견이나 취향을 많이 참고해 각 점포마다 콘셉트를 달리했다. 킨텍스점과 센텀점의 경우 비교적 아담한 평수에 기본에 충실한 반면 영등포와 판교점의 경우에는 남성들의 패션이라든지 뷰티 아웃도어를 더 강화했다.

그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5.11’이라는 택티컬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점도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이 브랜드는 그간 소비자들이 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했으며 가짜 상품도 많아 구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렉트로마트의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주목받지 못 했던 새로운 고객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일렉트로맨 [사진=이마트 제공]


◆콘텐츠 시장으로의 판도 확대 ‘일렉트로맨’

일렉트로마트의 혁신은 단순히 차별화된 서비스의 제공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렉트로맨이라는 친숙한 아저씨 캐릭터가 그 정점에 서 있었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 상품으로 도약시키고자 하는 구상이다.

일렉트로맨은 매장에 들어서는 정면에서부터 줄곧 함께한다. 정면에 설치된 대형 피규어부터 매장 곳곳에 설치된 일렉트로맨이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박 팀장은 “남성들은 로봇이나 히어로 등 누구나 관련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과거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봤다”며 “기존의 영웅들처럼 너무 진지한 느낌이 아닌 좀 엉뚱하고 재미있는 성격으로 일렉트로맨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렉트로맨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이런 부분을 통해서 다양한 상품과 콘셉트로 확장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렉트로맨과 연계된 상품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사업인 만큼 음원과 코믹스북, 뮤직비디오 등이 있고 일렉트로맨이 마킹된 티셔츠와 엠블럼, 각종 식‧음료 상품도 존재했다.

특히 일렉트로맨이 술을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을 통해 주류 상품과 함께 숙취음료까지 선보이고 있다.

가전제품부터 친숙한 캐릭터까지 동원된 일렉트로마트는 남성들의 놀이터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이마트 일반 매장을 방문하는 남성 비율은 28%인 반면, 일렉트로마트가 설치된 킨텍스는 34%, 판교점은 36%의 남성들이 각각 더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팀장은 일렉트로마트 초기 구상 때 '세상에 없는 마트'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의 가전 유통업체라든지 해외 사례를 살펴봤지만 이마트에서 원하는 마땅한 벤치마킹 사례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마트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만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일렉트로마트는 이마트의 소싱 역량이라든지 브랜딩이라든지 모든 부분을 총합해서 만들어 낸 세계 최초의 특화 매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차별화 MD(상품 기획)를 중심으로 발전시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층을 모두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 박용일 팀장은 1968년 서울 출신으로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2000년 이마트로 자리를 옮긴 뒤 2006년부터 각 점포를 돌며 현장 경험을 쌓아나갔다. 2014년 12월에는 이마트 상품본부 대형 생활가전 매입팀장을 맡았으며 2015년 12월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브랜드팀 팀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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