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문지훈·서동욱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이 다소 넓어졌다.
반면 오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 유럽연합 이탈) 투표 결과가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하면 한은의 통화정책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0.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한은 입장에서는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낮출 여력도 생겼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횟수가 당초 예상했던 연내 2회에서 1회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당초 예상보다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나 강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3분기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른 시점에 인하하다보니 3분기 중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추가 인하 부담이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및 횟수보다 브렉시트 결과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경우 세계경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율이나 수출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탈퇴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과 맞물려 한은의 통화정책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71.4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1.9원 하락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은 데다 일본 중앙은행(BOJ)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추가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슈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로 인한 안전자산 매수세가 미국 기준금리 동결보다 강하게 작용했다"며 "브렉시트 이벤트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매도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는 이날 엔화 가치 급등과 브렉시트를 비롯한 대외 불안 지속으로 인해 1950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16.84포인트(0.86%) 내린 1951.99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이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한 게 컸다. 이 같은 소식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05엔을 밑돌며 201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장중 3%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진 오후 코스피 시장도 낙폭을 키웠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 전망했던 추가 완화가 보류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며 "엔화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변수로 남아 있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증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08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419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코스피200선물을 5000계약 이상을 팔아 치우며 하락 흐름 일조했다. 개인은 1152억원어치를 사들여 지수를 방어했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4.41포인트(2.07%) 내린 680.25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이 1255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30억원과 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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