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제20대 국회의원 가운데 10명중 8∼9명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300명을 상대로 19일 연합뉴스가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50명(83.3%)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이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을 화두로 던지고, 여야를 초월한 개헌 추진 모임이 다시 결성될 움직임을 보이는 등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개헌 공론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여야 모두 압도적인 다수가 개헌 지지를 표명함에 지난달 말 임기를 개시해 앞으로 4년간 활동할 제20대 국회에서 개헌이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별로 새누리당이 77.0%(126명 중 97명), 더불어민주당 86.9%(122명 중 106명), 국민의당 92.1%(38명 중 35명)이 개헌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는 개헌을 추진할 경우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이슈가 개헌에 빨려 들어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개헌 블랙홀론'에 동조하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개헌을 추진할 경우 필수적으로 수반될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개헌 찬성의원중 46.8%(117명)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한 의원은 24.4%(61명), 의원내각제를 고른 의원은 14.0%(35명)를 각각 기록했다.
4년 중임제는 현행 대통령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되 임기를 줄이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토록 하는 방식이고,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내각이 선출한 국무총리가 내치를 통할하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형이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대선 전에 개헌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47.6%(119명), '대선 공약과 연계해 차기 정부가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이 41.2%(103명)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개헌 시기는 각 정파나 의원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차기 권력구조의 형태만큼이나 개헌을 추진하는 데 중대 변수가 될 개연성이 크다.
한편, 개헌을 할 경우 극심한 지역주의의 원인으로 꼽히는 소선거구제를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개헌 찬성 의원을 기준으로 65.6%(164명), 반대 28.8%(72명), 유보 등 기타 의견을 낸 의원은 5.6%(14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헌에 대한 찬성 의견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포함한 이른바 '87년 체제'가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는 원론적인 공감만 표현한 경우도 적지 않아 실제 개헌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개헌이 동력을 얻으려면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동의가 거의 필수적이지만 현재 여야 유력 후보의 인식은 판이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이원집정부제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현역 의원이 아니라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원집정부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입장을 나타난 바 있다.
더민주에서는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설문 대상은 아니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공약대로 4년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과 당권 도전 여부를 고민 중인 김부겸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는 방식에 찬성했다.
안철수 국민의다의 상임 공동대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에 대해선 응답하지 않으면서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 개헌을 포함해 87년체제를 어떻게 진전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번 정부 내에 내각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시기에 관계없이 내각제 개헌에 찬성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최근 국회에서 개헌이 쟁점이 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입장 변화가 없다"며 여전히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일어나는 개헌 논의에 부정적 견해를 시사해 실제 개헌 전망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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