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이 반대하고 있는 행자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은 시‧군 조정교부금 제도를 개선하고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시‧군 공동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자부는 지방재정 확충과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지방재정 여건이 호전됐으나 자치단체 간 재정자립도가 최대 64.6% 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등 재정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재정 개혁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시‧군 조정교부금 제도 개선 내용은 경기도 내 수원, 성남, 화성, 용인, 고양, 과천시 등 6개 시(지방교부세 불(不)교부단체)에 과도하게 유리한 특례가 있어 이를 폐지하는 것이며,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은 법인지방소득세가 일부 시‧군에 편중돼 자지단체 간 세수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이를 재분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성남시를 비롯해 경기도에 있는 6개 자치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할까? 이들 6개 단체장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재정난의 근본 원인은 국고보조사업 일방 확대,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사회복지사업 급증, 감세 정책에 따른 지방 세수 감소 등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소비세를 확대하고 지방교수세율 상향 및 지방세 비과세 감면과 축소 등으로 매년 4조7천억원의 지방 재정을 확충한다는 약속을 정부가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지방 재정을 확충하지 않고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의 돈으로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지자체를 지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자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 이들 6개 지자체들은 시별로 최대 2천695억원, 총 8천억원의 세원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행자부와 이들 6개 지방자치단체장 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국민들로부터 걷어 들인 세금을 누가 집행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혁안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전국의 지자체는 226개에 이른다. 220개의 지자체 가운데 6개 불(不)교부단체처럼 불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이번 개혁안에 찬성하고 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들이 구성원인 ‘지역균형발전협의체’와 ‘전국 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 등도 지방재정 개혁에 지지성명을 발표했다고 행자부는 밝혔다. 전반적인 여론은 지방재정 개혁안에 대한 찬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불(不)교부단체 6개 시는 분명 억울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시정(市政)을 열고자 계획했던 것들이 일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당 차원에서의 공론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행자부의 이번 지방재정 개혁안은 향후 국회에서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치권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정치공방이 아닌 바람직한 지방재정 개혁 방안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은 또 논의 과정에서 행자부의 개혁안에 대해 다른 많은 지자체들이 찬성하고 있고, 한국지방세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도 정부의 문제 제기가 틀리지 않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행자부도 긴 안목을 갖고 이번 개혁안이 결국 지방 재정을 튼튼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불(不)교부 단체 뿐 아니라 국민을 향해 설득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원정(原政)에서 “정치란 정당하고 바르게 해주는 일이자 우리 국민들이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政也者 政也 均吾民也)”라고 했다. 이번 지방재정 개혁 논란을 지켜보면서 다산(茶山)선생이 밝힌 정치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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