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압도적인 공포’ 中 공안부, 머나먼 의법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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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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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달 21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기분좋게 쇼핑을 하고 있었던 두명의 자매는 한 공안(경찰)의 불심검문에 맞닥뜨렸다. 불심검문은 두 자매만을 타깃으로 했다. 마침 두 자매는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공안에게 본인들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따져묻자, 공안은 돌연 두 자매에게 파출소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공안은 두 여성을 경찰차에 태우고 파출소로 향했다. ‘날벼락’을 맞은 자매는 경찰차 안에서 공안에게 따져물었고, 공안은 여성의 추궁에 흥분해 폭언을 쏟아내게 된다. 이 과정을 자매 중 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고, 이들은 사건발생 20여일 후인 지난 10일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버렸다.

동영상을 보면, 화가 난 공안이 무척 빠른 어조의 고함으로 "내가 당신들을 에이즈보균자, 도둑, 강도 등이 우글거리는 감옥에 쳐넣어버릴 것이다"라며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할 테니 한번 두고보라"고 호통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우리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아서 연행되는 것이라면) 당신도 경찰증을 제시해보라"라는 여성의 원망에 공안은 "그렇다면 나는 당신이 여자가 아닌 남자로 의심되니, 옷을 벗고 내게 신체를 보여줘 스스로 여성임을 증명하라"라는 폭언도 했다.

◆”감옥 쳐넣겠다”는 공안, SNS에 덜미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비난여론이 쇄도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안에 대한 공포와 불만이 큰 중국인민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레이양(雷洋·29)사건으로 공안에 대한 불신이 한층 높아진 터다. 레이양은 최근 공안의 조사과정에서 숨진 인사다. 공안측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사체에 상처, 혈흔 등이 발견됐다며 공안의 가혹행위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중국 인민들의 공안에 대한 불신을 높여놓았다. 

자매가 올린 동영상은 인터넷 SNS상에서 쉴새없이 퍼날러졌고, 당일 중국대륙은 이 사건으로 끓어올랐다. 문제의 공안이 소속된 곳인 선전시 바오안(寶安)구 공안분국 국장은 동영상이 유포된 이튿날인 지난 11일 인터넷에 성명을 공개했다. 공안분국장은 해당공안의 발언을 "야만적이고 굴욕적인 인신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해당공안에게 정직처분을 명령했음을 밝혔다. 또한 공안분국장이 해당 공안과 함께 자매에게 사과했으며, 자매는 사과를 받아들였다고도 발표했다. 성명에서 바오안구 공안분국장은 "시민들의 바오안구 공안분국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환영하며, 지속적으로 공안대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나가겠다”고도 말했다. 신속한 행동과 조치로 사건은 일단락났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에서 두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이는 ▲일선 공안의 여전히 공포스러운 공무집행과 ▲공안 지도부의 발빠른 사과와 인사조치다.
 

훈련중인 공안부 소속 특수경찰.[사진=신화통신]



◆검찰·법원을 압도하는 힘

인민들에게 공안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중국의 공안은 우리나라의 경찰과는 차원이 다른 권한을 행사한다. 공안은 사안에 따라 영장없이 72시간까지 용의자를 구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영장없이 24시간까지만 인신을 구속할 수 있다. 이후 중국 공안은 체포장(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수사를 진행한다. 체포장은 공안의 신청으로 검찰이 발부한다. 공안이 신청하는 체포장이 기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안부의 영향력이 검찰원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공안부는 행정부인 국무원 산하의 한 부서일 뿐이다.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중국의 헌법기관인 법원과 검찰의 서열이 공안부에 앞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 직급상 공안부장은 최고인민법원장(대법원장), 최고인민검찰장(검찰총장)과 같은 부국가급(부총리급)으로 동등하다.

심지어 중국공산당 서열에서 공안부장은 인민법원장과 검찰장을 앞선다. 중국공산당 내 사법기관을 총괄하는 조직인 중앙정법위원회의 부서기의 자리는 공안부장의 차지다. 게다가 정법위 서기 역시 대개 전임 공안부장이 맡는다. 인민법원장과 검찰장은 정법위 위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부장 역시 정법위 위원이다. 공안부가 공산당 조직을 통해 검찰장이나 법원장을 통제하는 셈이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회정부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멍젠주 정법위 서기. 멍 서기는 공안부장 출신이다.[사진=신화통신]


◆공안에 찍히면 99.9% 유죄

검찰원이 체포장을 발부하면 공안은 용의자에 대해 1개월간 구속수사를 할 수 있으며, 구속수사기간은 1개월 연장될 수 있다. 때문에 무영장 구류기간인 3일까지 더하면 2개월3일까지 구속수사를 할 수 있다. 구속수사 이후 공안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거나 혹은 자체 폐기한다. 공안부가 송치하는 사건은 대부분 기소되며, 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은 “지난해 중국은 123만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으며, 무죄판결은 1039명에게 내려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중국의 무죄판결비율은 0.08%에 불과한 것. 이마저도 전년에 비하면 0.01%P 늘어난 수치다. 이는 중국 공안부가 일단 범죄 용의자로 '찍은' 사람은 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을 확률이 99.9% 이상이라는 뜻이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의 무죄판결비율은 9%, 러시아는 25%, 독일은 19%라는 점에 비교해 보면, 중국의 무죄판결비율은 극도로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내 공안의 권력이 검찰과 법원을 압도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방에서의 공안은 더욱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다. 과거 지방정부의 공안청장은 지방공산당위원회 정법위 서기를 겸직했었다. 지방 정법위 멤버에는 지방검찰장과 지방법원장 등이다. 이는 공안청장이 지방 정법위 조직을 통해 지방의 검찰과 법원을 ‘부하 부리듯’ 해왔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에야 비로소 공안청장의 정법위서기 겸직 직제도는 폐기됐다. 

◆현재 중국 공안은 교육중

공안의 권력이 이토록 강하기에 일선 공안들은 고압적인 태도로 인민들을 대해왔다. 때문에 아직도 중국인들에게 공안은 공포의 대상이다. 과거 공안의 체포기간 동안의 고문과 폭행은 일상다반사였으며, 일반인에 공연히 시비를 거는 일도 많았었다. 앞서 예를 든 사건에서 정직처분을 받은 공안 역시 일반인을 불심검문한 후, 뚜렷한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파출소로 임의동행시킨 케이스로 ‘일반인에 대한 시비’의 일종이다. 또 동영상에 나온 공안의 발언은 중국의 공안이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공안의 행보를 보면 변화의 기운이 확연히 감지된다. 해당 공안분국은 하루만에 문제를 일으킨 공안을 정직처분했으며, 자매에게 사과를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공안에 대한 시민들의 감독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공안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사례는 중국 전역의 공안들에게 교육되고 있다. 베이징 공안국의 한 관계자는 “선전에서 한 동료가 정직당한 일을 잘 알고 있다”며 “이 사건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임의동행을 하지 말아야 하며, 인민들에 대한 폭압적인 언행을 금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지난 4월 UN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궈성쿤 공안부장.[사진=신화통신]


◆시진핑 의법치국 부르짖지만

공안부의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국가통치)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등극이래 줄기차게 강조되어왔다. 지난달 20일 시 주석은 중앙전면심화개혁 영도소조 회의에서 발언을 통해 “공안 등 사법기관의 법 집행을 규범화하고 체계화해야 하며 법 집행절차를 문서로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공안의 법 집행에서 사회정의와 공정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발간된 '시진핑의 전면적 '의법치국'에 관한 발언 요약집'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0에서 1을 빼면 0이 된다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면서 "잘못된 사건처리 하나가 99개의 공정한 재판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1만분의 1의 잘못을 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100분의 100의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억울한 사건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역시 일선 간부와 직원들의 '관시'(關係·친밀한 인간관계)에 얽매인 법 집행을 엄금하라며 의법치국을 강조했다. 그는 "공안이 법 집행 과정에서 관시와 인정(人情), 금전에 얽혀 사건을 처리하는 행태를 단호하게 조사해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공안은 모든 형사사건 혐의자에 대한 심문과정을 녹음·녹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미 중대사건 혐의자에 대한 심문과정을 녹음·녹화하고 있으며,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 모든 형사사건 혐의자에 대한 심문을 기록할 예정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주요멤버>
서기 : 멍젠주 정치국위원(전임 공안부장)
부서기 : 궈성쿤 공안부장
위원 : 저우창 인민법원장, 차오젠밍 인민검찰장, 왕융칭 정법위 비서장, 겅후이창 국가안전부장, 우아이잉 사법부장, 두진차이 기율위 부비서장, 청쉰추, 왕닝 무장경찰 사령관, 푸정화 공안부 상무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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