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공기청정기 유해물질 논란이 에어컨 및 정수기 등 생활가전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국내 제조사들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각 제조사들은 유해성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필터 무상교체 방침을 밝혔고, 일부 업체는 문제가 된 필터를 제공한 한국3M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타이리소씨아콜론(OIT)가 검출된 3M의 공기청정기 필터를 사용한 회사는 현재까지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 LG전자로 밝혀졌다.
OIT는 접착제·페인트 등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첨가하는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 논란을 일으킨 물질 가운데 하나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같은 계열이다. 2014년에 환경부에서 유독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다만 인체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제품에 들어간 OIT는 극소량이므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환경부는 관련 조사 발표를 내달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논란을 키운 만큼 제조사들은 필터 무상교체에 돌입했다.
LG전자는 "2012년 이후에 생산한 공기청정기와 스탠드형 에어컨 일부 모델 등을 대상으로 OIT가 포함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쿠전자도 고객이 원할 경우 OIT가 함유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교체해 줄 방침이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특히 "필터 공급업체인 한국3M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대유위니아 역시 향후 생산되는 가습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전량 OIT 성분이 없는 필터로 교체하기로 했다. 기존 고객에게는 무상으로 방문해 필터를 교체해준다.
삼성전자는 아예 '선긋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 공기청정기 필터의 항균은 필터 원단 소재에 무기항균제를 혼합해 재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항균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기청정기 제조사가 사용해 문제가 된 3M의 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OIT가 검출된 항균제와 삼성 필터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칫 내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필수가전제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공기청정기 시장이 매출액 기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에어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84년 만에 찾아온 5월 불볕더위와 함께 지난 2년간 주춤했던 수요가 살아나면서 에어컨 판매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200만대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뿐 아니라 차량 및 가정용 에어컨, 정수기 등등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과거 '우지파동'처럼 논란만 남긴 채 산업 전반적으로 침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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