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13년 법정공방 끝에 160억원 합의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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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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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인도 바지선 사고…보험사 지급거부에 소송

  • 사내 해외법무팀, 그룹 가치 반영 최우수 사례 선정

[두산중공업 법무 담당 박준현 상무]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두산중공업이 보험금 160억원을 각고의 노력 끝에 13년 만에 받아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회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158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1997년 LKPL사로부터 인도 콘다팔리에 복합화력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2억3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하지만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1999년 6월 기자재를 실은 바지선이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악천후로 인도 동해상에서 전복됐다.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가스 터빈과 발전기 등 1600만 달러의 기자재가 바닷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두산중공업은 보험을 든 상태였고, 공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회사 자금으로 기자재를 서둘러 다시 구매해 그해 발전소를 완공했다.

그러나 인도의 4개 보험사는 온갖 이유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인도 보험사들이 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영국의 4개 보험사도 계속 관련 자료만 요청하며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2002년 7월 인도지방법원에서 보험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소송이 오래 걸릴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인도 특유의 더딘 소송 진행과 재판부 변경, 증거자료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소송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심지어 법원이 파업에 들어가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년이 흘렀고, 그사이 소송 담당자가 교체됐다. 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회사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자칫 포기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을 다시 들춰낸 건 2013년 조직 개편으로 해외법무팀을 새로 맡게 된 법무 담당 박준현 상무였다. 박 상무는 이 사건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팀을 독려했다.

법무팀은 다시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하며 소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사건의 법률이슈 자체가 매우 복잡했고 계약서, 보험증권 등 증거자료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프로젝트 발주처를 찾아가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콘다팔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지인 직원을 가까스로 수소문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법무팀은 인도 현지에 변호사를 두고 지역에 맞는 법적 논리를 개발했고, 이른 시일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원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인도 출장을 수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심리가 집중적으로 진행된 기간에는 한 달에 세 번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소송이 막바지에 다다른 2015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인도에서 보냈다. 2016년 새해 첫날도 마찬가지였다.

법무팀의 치밀한 준비와 논리 덕분에 재판은 유리하게 진행됐다.

패소를 예견한 보험사는 결국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2월 31일 두산중공업에 1350만 달러(160억원)를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지루한 법정공방이 막을 내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6일 두산그룹의 기업철학인 ‘두산 웨이(Way)’의 가치를 업무에 반영한 우수 사례를 선정하는 ‘두산 웨이 어워즈(Way Awards)’ 시상식에서 두산중공업 해외법무팀이 핵심가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법무팀을 이끈 박준현 상무는 “이번 건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사안 자체가 복잡해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더불어 해외법무팀이 근성 있게 문제의 해법을 찾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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