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중국에 이은 해외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공격적 투자를 해온 베트남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수상한 거래'를 했던 정황이 검찰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롯데자산개발,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을 앞세운 이 거래를 통해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14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완공된 '롯데센터 하노이' 건립에 약 4억 달러(약 4600억원)를 투자했다.
그런데 롯데그룹은 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을 앞세워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둔 페이퍼컴퍼니 '코랄리스 S.A'를 먼저 사들였다.
코랄리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3남인 김선용씨가 역외 탈세에 이용했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져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김씨가 보유하고 있던 코랄리스 지분 100%를 697억원에 사들였고, 여기에는 코랄리스가 보유한 하노이시티 콤플렉스(롯데센터 하노이의 다른 이름)의 토지사용권과 개발사업권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롯데자산개발의 코랄리스 지분을 45%씩 사들여 롯데자산개발의 지분율은 10%로 낮아졌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자산개발이 보유한 코랄리스 지분의 현재 장부가는 1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코랄리스는 지난해 5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런 정황으로 인해 롯데그룹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페이퍼컴퍼니에 출자해 롯데센터 하노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도 롯데그룹이 코랄리스 같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의 비용을 과다계상해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이 공사 발주업체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에 공사대금을 실제보다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동남아 국가처럼 회계감시가 느슨한 나라에서는 건설업체가 공사 발주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빼돌리는 사례가 많다"며 "롯데 역시 이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런 의혹에 대해 "해외투자 및 개발사업을 할 때 SPC를 설립하는 것은 현지 법 규정을 맞추고 운영상의 효율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해외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입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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