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2012년 7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현재까지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연 1.25%까지 낮췄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1차적으로 금융시장에 파급되고, 이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등을 확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낮췄음에도 경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풀린 돈이 가계 소비, 기업 투자로 이어져 시장에서 돌아야 하는데 오히려 단기 부동자금으로 묶여 버렸다.
실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2012년 7월 89조4437억원이었던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4월 현재 158조1684억원으로 4년새 무려 77%나 늘었다.
문제는 지난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낮춘 이후에도 은행으로 돈이 몰렸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지난 9일 973조6249억원에서 16일 984조401억원으로 5영업일만에 10조4152억원 증가했다. 특히 요구불예금은 이 기간 383조1222억원에서 390조1024억원으로 6조9802억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 역시 급증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계부채는 2012년 3분기 940조7456억원에서 2016년 1분기 1223조6706억원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동안 30% 커졌다.
기업들도 향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함에 따라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내 3500여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비투자계획조사 결과, 올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0.9% 증가한 182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난다고 교과서에 나오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어졌다"며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가계 역시 부채 등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화정책 효과가 한계를 보임에 따라 재정정책이 함께 뒤따르고 산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 측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같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