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저에게는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회사 경영과 축구 중 어떤 것을 더 중요시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정 회장은 경영자로서의 인생을 축구와 함께 해오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 시절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과 전북다이노스 프로축구단 구단주를 맡았으며, 현대산업개발이 현대가에서 독립한 후에도 부산 아이파크 프로축구단 구단주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선출돼 협회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경기를 위해 고된 준비를 마다하지 않는 열정, 땀 흘리는 것의 소중함. 경기 중에도 찾아오는 고비에서 좌절하지 않고 팀을 위해 합심, 협동, 인내하면서 자신을 낮추는 태도. 그리고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승리의 성취감. 이 모든 것이 인생과 그 과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이다. 축구와 기업은 경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산업개발 모두를 미래에 당당히 맞서는 역동적 주체로 운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정 회장은 회사, 현대산업개발을 우선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정세영 명예회장이 몸 담고 있던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쳐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 현대차는 전륜구동 소형차 ‘엑센트’를 출시했는데, 엑센트는 검정색과 흰색, 은색 위주였던 경쟁차들과 달리 파스텔톤의 컬러를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무채색 거리에 유채색 물결’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며 당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던 20~30대 고객을 타겟으로 한 것인데, 정 회장이 직접 고안한 아이디어였다는 후문이다. 당시부터 디자인 경영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그는 현대차 회장을 끝으로 1999년 현대산업개발로 분가한 뒤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아이파크 타워와 해운대 아이파크, 수원 아이파크 시티 등은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현대산업개발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사례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명품해양레저신도시를 지향했다. 네달란드의 유명 건축가 벤 판 베르켈이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수원 아이파크 시티는 3조원이 투자된 99만㎡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독특한 외관 디자인, 평면, 자연을 고스란히 복원한 친환경 디자인 도시를 표방해 호평을 받았다. 자동차만 만들던 사람이 어떻게 건설업을 하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정 회장은 2006년 현대산업개발을 시공능력평가 4위 업체로 키워냈다.
지난해 1월 정 회장은 용산역 현대아이파크몰을 통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면세점 사업은 현대아이파크몰을 글로벌 쇼핑몰로 키우겠다는 ‘비전 2020’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건설업만 해오던 현대산업개발이 과연 자력으로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정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손 잡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이라는 예상치 못한 묘수를 뒀고 결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겠다는 승부사적 판단력이 면세점 사업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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