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빠른 고령화, 세계 무역이 둔화하는 가운데 높은 수출 의존도, 기업부문 취약요인, 노동시장 왜곡, 서비스부문 및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같은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다.” (8일 칼파나 코차르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
“문제는 하반기다. 글로벌 교역부진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하방 위험도 클 것이다.” (9일 이주열 한은총재 기준금리 인하 결정)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한국경제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상황이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산업분야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후폭풍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다. 대량 실업사태가 예견되지만, 한국경제의 부진을 수출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 정부가 여러 경기부양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해부터 구조개혁 등 경제 체질개선 방안도 성과에 집착하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하던 방식이 적용됐는데, 예상대로 하반기 재정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번 ‘상고하저’ 현상을 체감하면서도 정부의 땜질식 처방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대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는 정책이 수립돼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구조개혁 등 중장기적 체질개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현실에 최적화된 생존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전망을 높게 잡은데 대해 정부 역할과 개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 개입이 늘어날수록 실물경제를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상황에도 성장률에만 급급한 정책이 시장에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정부가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기보다 재정을 확대하거나 추경으로 단기부양을 하려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정책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3%대를 고수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움직이면 정책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에는 투자부진이 가장 크다. 우리 산업구조 자체가 중국에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고부가사업 부문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사업부문을 다 쥐고 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핵심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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