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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40여일 만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이나 정치권에서 불붙고 있는 개헌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복당 등의 민감한 현안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8분여 짧은 모두발언을 통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북한의 테러 위협,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산업 구조조정 등 안보와 경제 분야의 이슈를 주로 거론했다.
마침 이날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갈등 증폭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정치 쟁점화의 자제를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청와대는 과정이야 어떻든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대안론으로 결정되면서 영남권 민심이 남북으로 양분되는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개헌론이나 유 의원 복당 문제도 정치권의 일이라며 일정 정도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쟁점 현안에 휘말리다 보면 자칫 집권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분산될 수 있고,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 경제 상황과 관련,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한시적인 내수활성화 조치가 금년 하반기에 종료됨에 따라 투자와 고용을 비롯해서 소비 등 전체적인 경제심리가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서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내각은 비상한 각오로 국정을 빈틈없이 챙겨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을 어려움이 있어도 슬기롭게 이뤄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 국민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지만, 동시에 고통이 수반되는 만큼 국민이 납득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자구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업 문제와 협력업체,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보완 대책을 세밀하게 마련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 결과를 언급한 뒤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선 우리에게 주어진 길만을 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안으로는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밖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야 한다"며 순방 성과 후속조치 이행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 수소차의 잠재력을 거론하며 “우리가 수소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카쉐어링 등 시범보급 사업 추진과 충전소 확대 등 수소차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의 다른 이름)이 주한미군 시설과 우리 국민 한 명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테러 양상과 이에 따른 대비책을 사전에 준비하고 훈련체계까지 철저히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공공연히 청와대와 정부 청사 폭발을 위협하는 동영상을 게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납치,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는 첩보가 계속 입수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국제테러조직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북한의 테러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의 IT 및 정보통신체계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지능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에서는 이것을 사전에 탐지·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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