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거창국제연극제가 결국 7월29일부터 8월15일까지 거창 수승대 일원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연극제 개최를 놓고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와 거창국제연극제운영위원회,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 간의 극심한 내홍으로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연극제 개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올해 행사를 진행하는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는 경남 거창군이 확보한 연극제 예산 10억원 없이 주민과 연극인 협찬금으로 연극제를 열기로 했다. 이로 인해 연극제에 참가하는 단체는 기존 50여개에서 절반인 25개로 줄었고, 공연 횟수도 기존 210회에서 50여회로 대폭 축소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관련 기관들의 내부 비리와 밥그릇 싸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2년간 연극제를 맡았던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는 구성원들간 운영을 둘러싼 고소·고발로 갈등을 겪었고, 2년 전까지 행사를 주최하다가 이번에 다시 주도권을 쥔 집행위원회도 예산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갈등 봉합을 위해 거창군의회가 직접 연극제를 개최하는 조건으로 예산을 승인하고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연극제 상표권을 보유한 육성진흥회가 반발했고, 이에 거창군은 예산 지원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군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해왔다. 1989년 지역교사들이 극단 ‘입체’를 만들어 ‘시월연극제’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관람객 20만명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했다.
며칠 전 또다른 대표적인 지역 문화 콘텐츠 페스티벌인 부산국제영화제도 부산시와의 갈등을 끝내고 정상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창연극제도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해결에서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연극제 관계자들 스스로 자신의 이익이 아닌 예술인과 관객들 모두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 더 나은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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