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남자처럼 하루 16시간, 일주일에 6일 근무할 수 있는가?"
"아이는 몇 살인가?"
"엄마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쏟을 수 있겠는가?"
중국엔 하루에 1만 개씩 스타트 업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체 스타트 업 중 10%만이 여성이 창업했다. 그만큼 중국 창업시장은 여성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중국 최초 여성 창업 전용 인큐베이터 '타번잉(她本營, 영문명 테크베이스)'이다. ‘여성의 본영’이라는 뜻의 타번잉은 여성창업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에서부터 자금조달, 마케팅 홍보, 법률 자문, 리더십 강연교육까지, 여성 창업자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테크베이스를 창업한 링쯔한(凌子函)은 그야말로 ‘알파 걸’이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와 프랑스 소재 EM-리옹 대학서 경영학석사(MBA)도 땄다. 졸업 후에는 바이두, 써우거우 등 중국 저명한 인터넷기업에서 7여 년간 근무했다. 링쯔한의 눈에 비친 중국 인터넷기업엔 사실 상 여성 임원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창업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 기업인인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발기한 '린인 (lean in: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뜻) 베이징’에 참여하면서 그는 그 동안 남성에 비해 소외됐던 여성 창업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여성 창업자의 산파가 되기 위해 링쯔한은 지난 해 베이징대·칭화대가 몰려있는 베이징 하이뎬구 우다커우 인근에 240㎡ 면적의 사무실을 빌려 타번잉을 차렸다. 이곳에는 최대 15개 스타트 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모유실 등 여성전용 공간도 잘 갖춰 놓았다. 여성창업자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밖에 여성 전용 미용·헬스 등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현재 타번잉은 여성 창업자들의 홍보 마케팅 자금조달을 위해 현재 50여개 투자기관과 전략적 협력도 체결한 상태다.
지난 해 5월 ‘Her Startup’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만을 위한 제1회 과기 인터넷 창업대회도 개최했다. 전 세계 곳곳의 120여명의 여성 창업자가 참여해 성황리에 끝났다. 올해 5월에 제2회도 개최해 현재 대회가 진행 중이다.
또 뉴욕·로스앤젤레스·상하이·베이징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여성창업자 포럼도 여는 등 지금까지 여성 창업자를 위해 개최한 행사만 40여 차례에 달한다. 이를 통해 여성 기업인 400여명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원사격도 하고 있다.
여성 창업 불모지인 중국에서 타번잉이 이뤄낸 성과도 꽤 나쁘지 않다. 중국 여성육아 전용사이트 ‘미스마마’, 중국 애니메이션 기업 ‘쇼플랜’, 중국 레즈비언 데이팅앱 ‘레즈두’ 등이 모두 타번잉을 통해 초기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조달 규모도 800만 위안에서 1000만 위안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타번잉에 입주한 스타트 업 중에는 자금 조달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10곳에 육박한다. 아직까지 여성에게 있어 창업의 문턱은 높다는 게 링쯔한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IT 업계에서 여성은 약자고 불이익을 받는다”며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투자자는 별로 없지만 여성은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기업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인터뷰에서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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