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저녁식사에 동석한 이들에게 “영국이 유럽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 들어보라”고 말했다고 현지시간 21일 영국 텔레그레프가 보도했다.
여왕의 전기 작가인 로버트 레이시는 미국 뉴스 사이트인 더 데일리 비스트 기고문에서 여왕이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영국의 EU 탈퇴 의견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텔레그래프는 20일 사설을 통해 영국에 EU 탈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영국 왕실 대변인은 “여왕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지만 여왕은 지난 64년 간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했다”며 “국민투표는 영국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임을 분명히 전했다. 이어 대변인은 “여왕은 브렉시트 사안의 복잡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여왕 자신의 의견이 있더라도 이를 밝히지 않기 위해 무척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텔레그래프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질문은 여왕이 영국의 EU 탈퇴를 선호한다는 종전의 주장에 무게를 더해주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여왕은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제목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브뤼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즉각 여왕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부인했고 지난달 영국 언론 감독기구는 더 선이 독자들을 오도했다고 판단했다.
영국 여왕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지만 과거에도 은근슬쩍 국민투표에 구두 개입한 적이 있다. 지난 2014년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를 추진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때 여왕은 언론에 보도될 것을 예상했을 것임에도 일반인과의 대화에서 스코틀랜드 국민들이 표를 행사하기 전에 “무척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 여왕이 스코틀랜드의 영국 내 잔류를 희망하고 있음을 신호하는 발언이었다.
로버트 레이시는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여왕은 일반적인 토론 중에 질문을 던졌다. 여왕은 솔직한 토론을 좋아하고 이 질문은 탁구를 치듯 여왕이 저녁 테이블 위에서 던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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