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이변을 낳으면서, 김해공항 주변 부동산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2공항 신설이 결정되면서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던 제주도를 떠올리는 것이다.
반면 결과 발표 전 밀양이 우세하다는 자료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는 등 '밀양 유력설'이 힘을 받으면서 해당 지역에 투자한 사람들은 피해를 입게 됐다.
◇"단기적으로 부산 사상구 등 호재"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존 김포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다"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10여년간 지속된 밀양(경남)과 가덕도(부산) 간 갈등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단기적으로는 낙동강을 사이에 둔 부산시 명지국제신도시, 사상구 등이 유리할 전망이다.
아파트 촌이 형성돼 있는 강서구 명지지구는 부산시내에서도 주목받는 지역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최근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매도인들이 관망세를 지속하면서 물건이 귀했다"며 "김해공항 확장 공사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가 크지 않다면 명지지구 부동산시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공항 생활권에 속하는 부산 사상구도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전답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땅값 상승 기대감이 오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김해공항과 경전철로 연결되는 사상역 주변이 주요 호재지로 꼽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김해공항이 김해 구도심과는 거리가 있어 오히려 김해공항과 가깝게 연결되는 부산 일부 지역이 당장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 부동산·관련주 투자자 '울상'
밀양지역 투자자들은 정부가 제3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대혼란'에 빠진 상태다.
밀양 하남 하남읍사무소 주변 H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유력하다는 말만 믿고 땅을 샀던 외지인들이 어제 오후부터는 가격에 상관없이 빨리 팔아달라고 아우성이었다”면서 “그러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완전히 끊긴 상황"이라고 냉각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해 3.3㎡당 20만원대 초반에 거래됐던 밀양 하남 인근 계획관리지역 땅값은 지난달 45~5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최종 결과 발표가 임박하고 밀양 유력설이 흘러나온 이달에는 최고 55만원에 달하는 호가가 매겨지기도 했다.
밀양 하남읍 수산중앙로 인근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신공항 기대감에 1년 전부터 서울과 수도권 등 외지인 투자가 빠르게 유입돼 하남 인근 땅값이 크게 올랐다"며 "특히 이달 중순부터는 밀양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농지를 알아봐달라는 외지인이 부쩍 늘었다. '이미 결과가 나왔다'면서 웃돈을 주기까지 해 급하게 땅을 산 투자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역시 밀양 유력 루머에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루머가 신공항 백지화 결과에 영향을 주거나 크게 문제되지는 않은 만큼, 조사에 착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 루머가 최근 돌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신공항 백지화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은 현재 없다”며 “피해자들의 형사고발이나 민원신청이 이어질 경우 검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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