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뤼디(綠地)그룹 계열사의 부실 회계감사 의혹이 커지면서 중국 로컬 최대 회계법인에 1년간 채권 발행 관련 감사 업무를 중단하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업계는 이를 '중국판 엔론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중국은행간신용거래상협회(NAFMII, 이하 협회)는 21일 저녁 중국 루이화(瑞華) 회계법인의 부실 회계감사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추궁하며 1년간 관련 회계감사 업무를 중단하는 처벌을 내린다고 밝혔다고 재신망(財新網) 등 중국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1월 상하이 윈펑(雲峰)그룹이 20억 위안(약 3500억원) 규모의 디폴트에 빠진 것과 관련이 있다. 윈펑그룹은 중국 뤼디그룹의 계열사로, 뤼디그룹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2월부터 윈펑그룹과 뤼디그룹의 정보공시 위법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뤼디그룹이 공개한 윈펑그룹의 재무보고서와 윈펑그룹이 자체 공개한 재무보고서간 편차가 있음을 발견한 것. 이에 뤼디그룹 회계 감사를 맡은 루이화 회계법인에 관련 정보자료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루이화 회계법인이 과거 뤼디그룹의 채권발행, 우회상장때 제출한 감사보고서 두 건에서 2013년 순익과 2014년 부채율과 관련해 부실감사 혐의가 포착됐다. 한 보고서엔 2013년 순익이 1억7600만 위안으로, 다른 한 보고서엔 4억9000만 위안의 적자를 입은 것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2014년 부채율도 각각 98.2%, 80%로 편차를 보인것이다.
하지만 루이화 회계법인은 협회 측의 처벌에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루이화 회계법인은 "협회의 조치가 경솔하고 무책임하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루이화 회계법인은 뒤늦게 관련 정보자료를 협회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에서도 지난 달 13일 루이화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감사평가 절차 문제, 거래계약서 등 증거불충분, 상장사 부정회계 등 혐의가 있다는 게 이유다.
루이화 회계법인은 중국 최대 로컬 회계법인이다. 중국 내에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등 글로벌 3대 회계법인에 이은 4위에 올라와 있다. 이번 사태로 루이화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고 있는 350여개 기업의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중국판 엔론사태'로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이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상태를 허위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세계 5대 회계법인에 꼽히던 앤다슨은 엔론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협력한 것으로 확인돼 공중분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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