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송영길(4선·인천 계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돌아왔다. 민선 제5기 인천시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의 본고장 여의도로 돌아왔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의 맏형 격인 그는 어느새 제1야당의 중진급 의원이 됐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학생 시절 땐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뒤늦게 사법시험(제36회)에 합격했다.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제도권 정치에 들어왔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의 ‘새 피 수혈론’의 대표적인 인물이 송 의원이다. 참여정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인천시장 시절에는 삼성 바이오산업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자 유치에도 나섰다. 그 시대가 요구한 ‘시대정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거침없이 추진했다. 진보의 길을 걷되, 안정 속에서 변화, 안정 속에서 개혁과 혁신을 추구한 셈이다.
이제는 차기 당 대표 도전이다. 더민주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는 오는 8월27일에 열린다. 어쩌면 고난의 길이 될지도 모른다. 더민주의 당 대표는 ‘독배’다. DJ 이후 그 누구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장악하지 못했다. 특히 2018년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현재는 더더욱 그렇다. 현재 더민주 위기는 잠복 중이다. 4·13 총선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안정화를 꾀했지만, 폭발력 강한 다이너마이트 성 계파 갈등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텃밭인 호남이 흔들린 것은 뼈아프다. 더민주는 4·13 총선에서 호남 전체 28석 중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과거 더민주는 호남이 지지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당 혁신과 정권교체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호남 민심부터 되돌려야 한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통한 ‘수권정당화’는 필수다. 그래서 송 의원이 나섰다. 송 의원은 “시대정신과 정책능력, 추진력 등을 갖춘 내가 최상의 카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당의 가장 필요한 요소로 ‘유능한 경제정당화’를 꼽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미·중 군사 패권주의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외교력을 지닌 자신이 필요하다며 ‘송영길 역할론’을 피력했다. 송 의원과의 인터뷰는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첫 질문은 ‘송영길만의 비교우위 지점은 무엇인가’였다. 송 의원은 “출마하려는 후보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고 웃었다. 대신 ‘리더십’과 ‘시대정신’의 상관관계에 관해 설명했다. 송 의원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결점투성이 아니냐, 다만 한 가지씩의 장점은 있다”며 “그 장점이 시대적 과제와 맞아 떨어지면 국민들에게 쓰임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지난달 서거 7주기를 맞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송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3당 합당을 거부하면서 명패를 던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하지 않았느냐”며 “특히 호남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고 따라가지 않았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회고했다.
시곗바늘을 26년 전으로 돌렸다. 당시 심정이 궁금했다. 송 의원은 “호남 사람이 느꼈던 고립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가 고립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니까 얼마나 고마웠겠냐. 그때의 노 전 대통령의 선택과 리더십 등이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풍’(노무현 바람) 진원지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저도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추진력을 바탕으로 무엇인가 일을 만들어보는 스타일”이라며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운동 시절에도 밑에서 지원만 한 게 아니라 총학생회장으로서 협력을 끌어내서 일을 추진했고,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한미 FTA, 남북관계 등도 대안을 만들었다. 인천시장 때는 삼성 등 대기업 유치에 나서지 않았느냐. 송영길이 되면 내년 정권교체를 하는 데 최상의 카드로 작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내년 대선, 朴정부 경제실정 선거…송영길이 대안”
송 의원은 더민주 차기 정권교체를 위한 알파와 오메가로 ‘유능한 경제정당화’를 꼽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를 너무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 대선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 책임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를 살릴 대안 제시 능력에선 ‘송영길’이 낫다”며 “대학도 상대를 나왔고 (그간 국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재정위)에서 활동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시장 시절을 언급하며 “가장 어려웠던 인천시를 맡아 투자유치 1등을 했다. 인천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부한다”며 “저부가가치 산업에 주력하던 인천시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LG 전기자동차 사업 등을 유치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송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석유와 자동차, 철강, 핸드폰 산업에 의존하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송영길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천적 경험’을 쌓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당 대표 이후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맞춤형 보육 등에 맞서 ‘국가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親盧, 100% 지지할 것…당직 때 호남 배려”
인터뷰 중반 호남 민심 및 당 혁신 등으로 주제를 돌렸다. 송 의원은 호남 민심에 대해 “사실상 위험한 상황”이라며 “현역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에, 지방자치단체장은 우리 당 쪽에 있으면서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 당 대표가 되면, 호남을 소외하고 배척하는 당이 아니라 주인이 돼 뛰어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당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송영길이 (당 대표가) 되면 호남 지역 배려 및 소통을 통해 당을 재건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송 의원의 ‘호남 대표론’이 딜레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며 “없어진 호남을 적극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인천시장 출신이 아니냐. 호남에 갇힐 염려는 없다. 오히려 인천 4선 출신으로 수도권 등 전국에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86그룹이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의 주요 요직을 꿰차는 데 대한 당 안팎의 반작용도 극복할 과제다. 송 의원은 “오히려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최대 변수 중 하나인 친노(친노무현)계의 표심 전망에 대해선 “100%로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차기 대선 ‘투트랙’ 전략…외교역량 필요한 때”
송 의원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촉발할 야권발(發) 정계개편에 대해 “‘투 트랙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하나는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 노력, 다른 하나는 3자·4자 구도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3자 구도에도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우리가 규정할 수는 없지만,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다 같이 대비해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가 지상과제다. 다만 통합 전 정계개편, 특히 호남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가 중요하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이것이 차기 대선 정국 주도권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의원은 정권교체에 대비해 내부 체질 변화를 통해 당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험하듯이 (당 혁신 작업을) 할 수는 없지만, 당 대표 이후 보완할 사안에 대해선 보완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의 운명을 외부에 맡기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문제를 자기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운명을 재단해 달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책임 정치에도 반하는 일”이라며 “당원들이 가장 화를 내는 부분이다. 기간당원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특정 정치인의 지지층이 모여있는 모자이크 정당이 아니라, 우리 당의 이념을 지향하는 당원들을 보살펴야만 대선 승리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20대 국회 초반 여의도를 뒤흔드는 개헌 이슈에 대해선 “결선투입 도입을 골자로 하는 원 포인트 개헌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외치와 관련해선 “전시작전권 환수해 자주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당장 남북 국회회담 개최는 쉽지 않겠지만, 민간교류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대표 이후 중국을 방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송영길 더민주 의원의 프로필
◇1963년 03월 21일 전남 고흥군 출생 ◇광주 대동고등학교 졸업(1978∼1981)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81∼1988) ◇연세대학교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1984) ◇제36회 사법시험 합격(1994) ◇새얼문화재단 운영위원(1997∼현재) ◇제16대 국회의원(2000∼2004) ◇제17대 국회의원(2000∼2004) ◇열린우리당 자유무역협정특별위원회 위원장(2007) ◇열린우리당 사무총장(2007) ◇제18대 국회의원(2008∼2010) ◇민선 5기 인천시장(2010∼2014) ◇현 제20대 국회의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