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2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말 불법 이민자의 추방유예를 골자로 한 2014년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실행에 제동을 건 항소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상고한 사건을 찬성 4명, 반대 4명의 결정으로 기각했다.
이 기각 결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항소법원 결정이 확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법적 패배로 기록될 것"이라며 "2010년 이래 미국에 머물렀던 불법이민자 중 중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거나, 미국 시민 등과 합법적으로 가족적 유대가 있었던 이들 400만 명의 신분이 불안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미국 시민·영주권 소지자의 부모들이지만 불법이민자인 400만여 명에게 3년간 미국에 체류해 취업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결정으로 '이민개혁'이 대선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미국 인구의 17% 정도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의 표심이 대선판을 흔들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이 쟁점이 민주,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불법 이민자 일시 입국금지'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판결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불법이민자들을 끌어안자고 주창해온 클린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WP는 "수백만 명의 불법이민자 추방을 막고 이들에게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를 부여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을 부활하려는 것을 연방대법원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에 따라 8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은 '5대3'의 결정을 내기위해 판결을 미루며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현행 보혁 구조대로 4대4의 판결이 나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나오자 백악관에서 "미국 이민시스템을 후퇴시킨 판결에 실망스럽다"며 이번 판결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늘 4대4의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성명에서 "연방대법원의 오늘 4대4 결정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역대 가장 불법적인 행동의 하나에 제동을 걸었다"며 "판단이 반으로 나뉜 것은 11월 대선이 중요함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이민에 대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효로 만들었다"며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아닌 의회만이 법을 만들 수 있으며, 권력분립을 보장하려는 싸움에서 우리는 큰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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