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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창래 군포소방서장 ]
청백리 제도는 조선시대 관리들 중에서 청렴결백한 사람만을 선발하여 후세에 길이 거울삼게 했던 관기숙정(官紀肅正)을 위한 제도였다. 여기에 선발되기 위하여는 엄격한 자격 심사의 심의를 거쳐 임금의 재가(裁可)를 얻어야 했다.
또 녹선(錄選)이 되면 그 자손들도 부조(父祖)의 음덕(蔭德)을 입어 벼슬길에 나갈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다. 그러다 숙종 이후로는 이들 청백리의 자손이 너무 불어나 삼상(三相)과 고관이 추천하여 대개 5명 정도가 특채 등용되었는데, 그럼으로써 청백리가 많이 난 씨족들은 그것을 큰 자랑으로 삼았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예부터 청렴에 대한 가치관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상들의 공덕을 낮추는 일이 될까 매사에 조심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행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작은 것부터 청렴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민원인이 감사의 의미로 전달하는 음료수 등을 작은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없애고 이와 동시에 본인 스스로 부패에 대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감시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행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신념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청렴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직장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나아가 마을을 비우고 사사로운 욕심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지니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다면 청렴의 실천일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애국이라 볼 수 있다. 나라가 부패하고 국제적으로 어지러운 이 시점에 다시 설 수 있는 기반은 국민 개개인의 올바른 노력인데, 이는 우선 공직자 스스로 작은 청렴의 실천으로 바로잡아야 가능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세계 140개국에서 방영되었던 '토크쇼의 여왕'오프라 윈프리는 진정한 청렴이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이다(Real integrity is doing the right thing, knowing that nobody's going to know whether you did it or not.)’고 말한다. 청렴이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어려운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는 기독교 교리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은 삼위(三位, 세 위격)의 모습을 담은 ‘성삼위일체’가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이 더욱 유명한 것은 회화에서 최초의 원근법을 사용하여 르네상스 미술시대를 열었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
하지만 나의 눈에 더욱 들어오는 것은 삼위일체의 그림 아래에는 석관위에 누워있는 해골의 그림이다. 해골 무덤에는 ‘나도 한때 그대와 같았노라. 그대도 지금의 나와 같아지리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마치 죽은 이가 산자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알려주는 것 같아 가슴이 무거워진다.
마음에 바로 와 닿는 글귀를 통한 청렴이 공직자들에게는 귀가 닳도록 많이 들어서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주의 깊게 듣지 않고 간과하는 부류도 있다. 끊임없이 강조되는 청렴교육이 지겨울 만도 하지만, 이는 아직도 청렴이 실천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 본다. 누구하나만 애쓰거나, 경쟁을 통해 1등이 되어 청렴평가의 우수기관 선정에 우선하기 보다는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청렴을 생활화하는 공직자의 표상이 되어야 진정한 청렴을 실천하는 공직자로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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