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드카 복원 업체 ‘로미코리아’ 공방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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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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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은 작품 만드는 것…판매가 목표 아니다

로미코리아에서 복원한 70년도산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사진 = 로미코리아 ]


아주경제 방성식 인턴기자 = 언젠가부터 거리에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는 이 차. 폭스바겐의 히트작인 ‘마이크로 버스’다. 무려 31년 전인 1975년에 단종된 차가 새차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대한민국 서울 거리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이 차들을 복원한 ‘로미코리아’는 오래된 차에 새 생명을 찾아주는 업체다.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로미코리아 공방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캐러반(Caravan, 차 뒤에 매어 끌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 복원작업이 한창이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생산된 캐러반은 외관엔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내장재와 가구가 노후화돼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공방 뒤편엔 복원이 끝난 올드카들이 매끈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방영훈 로미코리아 대표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복원작업을 직접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복원이라고 무조건 깨끗하게 만드는 게 답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복원’에 목적이 있는 만큼 시대의 흐름에 맞는 ‘빈티지함’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 대표는 8년간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로미코리아 공방을 차렸다. 일본처럼 한국 올드카 시장도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쉬운 길이 아니었다.

방 대표는 “지금도 한국 올드카 시장은 매우 작지만 그땐 아예 오래된 차를 고쳐서 타고 다닌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것이었다. 지금도 올드카가 대중에 소개되며 문의가 늘었을 뿐, 실제로 구매까지 가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다.  
 

로미코리아 올드카 복원공장 내부 [사진 = 방성식 인턴기자 ]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매월 40만원 내외의 자금으로 새 차를 살수 있는데, 중고차를 그것도 수십년도 더 된 차를 새차보다 수배 비싼 가격을 주고 살려는 고객이 많지 않다.

“예쁜 겉모습 덕에 문의는 많이 오지만, 대부분 중고차 가격을 생각했다가 예상외로 비싼 가격에 놀라 전화를 끊는다. 간혹 구매하더라도 관리가 귀찮고 어렵다며 차를 방치해 애써 복원한 차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방 대표는 “한국은 아직 ‘올드카’, ‘클래식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드카를 몰며 추억을 키우길 원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차량 판매를 늘리기보다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드카 복원은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든다. 그렇게 공 들인 자식같은 차들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좋은 짝(고객)과 인연을 맺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찾아오는 고객이 정말로 차를 원하는 지 마음을 보게 된단다.

방 대표는 올드카들을 주로 일본 지인을 통해 들여오고, 온라인 중고차 판매차 사이트에서 매물을 찾아 구매한다. 그렇게 들여온 낡은 차들을 복원한다. 그는 “퀄리티를 유지위해 한 번에 두 대 이상 작업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복원을 완료하는데 1~2개월이 걸린다”면서 “브라질에서 들여온 마이크로 버스를 복원할 때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아 6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차는 떠나보낼 때 마음이 더 애틋하다”고 설명했다.

로미코리아는 판매보다는 방송이나 뮤직비디오, CF 등 방송 촬영에 차량을 대여하거나, 기업에 팝업 스토어로 개조한 마이크로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다. 씨엔블루와 비스트, 유키스, 오마이걸 등 뮤직비디오 촬영 건수만 100건이 넘어간다.

방 대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업 차원의 영업이나 홍보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더 공들여 차를 복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복원을 잘 한 차는 내놓기만 해도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퍼뜨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회사를 홍보해주는 셈이다”면서 “가끔 직접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릴 때도 있지만 굳이 회사를 널리 알릴 생각은 없다. 다만, 로미코리아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올드카 시장이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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