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붙은 세 번째 대결에서도 승리하며 경영권을 지켰다. 하지만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경영권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25일 오전 5시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홀딩스 대표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이번 해임안은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작년 8월과 올 3월 주총에 이어 두 형제간의 세 번째 경영권 대결이었다.
결과는 앞서 두 번과 마찬가지로 신동빈 회장의 승리였다.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인 광윤사(고준샤, 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뺀 나머지 주주들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종업원지주회는 세 번 연속 신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일본 롯데에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주총 의사 결정은 각 회원이 아닌 회원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이사장 1명이 행사한다.
롯데그룹 측은 "앞으로도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이 아닌 신동주 전 부회장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보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약점으로 내세운 한국 롯데의 위기가 오히려 신 회장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잇단 압수수색과 전 임원 구속, 비자금 의혹 등 위기 상황에 놓인 롯데를 지키려면 경영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만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비자금 조성과 특정 업체 특혜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여기에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지지자들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측은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며 "표면적인 결과는 지난 임시주총들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의 불법적인 경영권 찬탈 과정과 한국 비리 등의 사실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신 전 부회장) 지지 의사를 밝히고, 롯데그룹 경영정상화 모임에 동참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회원들 스스로 현재의 불합리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변경하고자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을 지지하는 종업원지주회 회원수를 계속 늘려나간 뒤 지주회의 의결권 행사 방식을 바꿔 '역전'을 노릴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는 것이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찬탈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홀딩스 사장 등 현 임원진을 해임하고,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경영권 안건을 무한 상정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자 회사 업무를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임직원과 주주,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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