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브렉시트 관련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 "그간 유사한 전례가 없고,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장기화되고 그 기간 중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견조하며 3700억 달러가 넘는 외화 보유액을 보유하는 등 현재도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향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적기에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방안 등 앞으로의 위기상황에 대비해서도 대응능력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건전한 경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과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위기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발행하지 않도록 외국 투자자 및 신용평가기관 등과 소통에도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제공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브렉시트 직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유럽중앙은행(ECB), 주요 7개국(G7) 등은 신속하게 추가적인 통화완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피력했다"며 "우리 정부도 주요 20개국(G20) 및 한·중·일 국제금융기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글로벌 금융 안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EU 탈퇴와 그 파급효과는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문제"라며 "EU 체제변화와 세계 경제·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을 가지고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대응방향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번 시장불안은 과거에 겪었던 몇 차례의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는 더욱 예측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ECB,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번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 여건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금융시장 충격과 교역 감소 등으로 취약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며 "몸이 건강한 때는 웬만한 질병도 쉽게 이겨낼 수 있지만 허약한 상태에서는 작은 질병에도 위험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 부총리와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정은영 홍콩상하이은행(HSBC) 대표, 박승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총괄대표, 오인환 한국 SG(소시에떼 제네럴) 증권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등 양자 간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 "지금은 조금 더 신중히 봐야 할 것 같다"며 "국제공조는 많이 하지만 (양자 간 통화 스와프는) 좀 더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지만, 심리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다"며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는 대응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라며 "이는 하루 이틀 가지고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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