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구조조정은 금융당국과 민간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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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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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 지난 2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은 금융당국과 민간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어쩔 수 없이 국가가 개입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건 맞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소비자원에서 만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조선·해운발 구조조정의 핵심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조 대표는 "국책은행들의 이런 패착도 공시 등을 통해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다"며 "이제는 제대로 된 선례와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골몰한 결과가 지금의 상태다"며 "행정실패와 시장실패가 동시에 작용한 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이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나 대우조선 등을 보면 궁극적으로 관치가 그 원인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동안 관치가 오랫동안 산업을 지배하면서 이런 관행이 용인됐다는 게 문제다"고 꼬집었다.

또 "이전 사태를 기점으로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시장 시스템 내에서 자율적인 원리에 의해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상선이 해외 선사들과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있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논리에 기반해 구조조정 전반의 과정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조 대표는 "정보를 공개하려는 경쟁이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용선료 협상은 전체 구조조정 그림에서는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사소한 부분보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세금 부담 등의 문제가 더 크다"며 "정작 공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정부가 꼼수를 피우는 바람에 비난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우회해 자금을 확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를 정부가 자신의 울타리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며 "세금을 쓰기 위해선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면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같은 돈이라도 입법부의 통제와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행을 동원해 대출하는 등 마치 3쿠션 당구 치듯이 복잡한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정책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복잡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금융전문가와 학자 등 민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폭로 사태에 대해선 "애당초 홍기택이라는 사람은 금융 시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학자에 불과했다"며 "정치권의 비호를 발판삼아 능력 이상의 자리에 앉다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책임에 실행자와 기획자가 있지만 1차적인 책임은 실행자에게 있다"며 "실행자를 구속해야 기획자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사태는 대우조선과 산은 담당자 몇명 처벌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며 "홍 전 회장을 중심으로 위 아래를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의 발언 번복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권력층에서 서별관회의 발언 등에 대해 단속이 들어간 걸로 짐작하고 있다"며 "지금 문제의 초점을 흐린다고 해서 피해가긴 힘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 사모펀드를 이용하자는 의견도 물론 일리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를 키우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5년에서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구조조정 전에 부실기업을 해외로 팔게 되면 아직 우리는 경험이 부족해 위험한 면도 있다"며 "방향은 좋지만 국내에서 부실기업 정리 등이 이뤄지면 결국 국내에서 자본이 돌고 도는 것이지만 해외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그걸 전략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앞으로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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