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UHD(초고화질) 방송 도입에 그 어느 나라 보다 적극적이던 한국과 미국 방송시장에서 UHD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에선 내년 2월 지상파 UHD 방송 개시를 앞두고 지상파의 암호화 요구에 따라 국내 업체 간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으며, 미국에선 케이블TV 업계의 소극적인 투자로 UHD에 대한 기대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 24일 지상파TV UHD방송 표준으로 지상파TV 암호화 항목이 포함된 ‘지상파 UHD 송수신 정합’ 기술을 채택했다. 지상파TV의 암호화로 향후 시청자들은 UHD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별도 암호 해제 장치가 탑재된 TV를 구비해야 한다.
암호화를 두고 유료방송 업계와 가전업체들은 시청자 부담 증가와 비용문제로 반대했지만, 지상파TV는 콘텐츠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7일 "암호화에 따른 각종 비용부담은 시청자와 가전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상파가 유료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가 VOD 공급 문제로 오랜 기간 유료방송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 온 것을 감안하면 내년 2월에 시작될 UHD방송을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미국 위성TV 디렉TV(DirecTV)는 올해 UHD로 메이저리그 25경기를 중계하기로 했다가 이를 돌연 취소했다. 디렉TV 측은 장비 고장과 방송위성 트러블을 이유로 들었지만, UHD 가속화 기대가 컸던 가전 업계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그 동안 미국 가전업계는 디렉TV의 적극적인 UHD 방송 정책에 기대를 걸어왔다. 미국 유료방송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케이블TV 업계가 UHD방송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컴캐스트(Comcast)는 올여름부터 도입하기로 한 UHD전용 셋톱박스 공급을 연말로 연기하면서 WiFi 브로드밴드기능을 강화한 셋톱박스 투입을 앞당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케이블TV업계가 UHD보다 HDR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DR은 밝은 부분과 중간부분, 어두운 부분에 최적화된 영상을 촬영, 합성해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로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상과 가장 가깝다.
미국 방송업계는 디지털방식 이행 8년 만에 HD방송이 정착했다. 그 후 3D방송에 투자했지만 시청자들이 이를 외면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등으로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3D 셋톱박스를 준비하면서 가입자 이탈을 초래한 케이블TV업계에선 "UHD로 방송한다고 이탈한 시청자들이 다시 돌아올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UHD 붐은 일단 종식됐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 5월 보스톤에서 열린 인터넷·텔레비전전시회(INTX)에 참가한 토니 워너 컴캐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UHD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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