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확정됐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영국과 EU의 탈퇴 협상 절차다. 문제를 빨리 마무리짓고 싶은 EU는 영국에 당장 나가라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를 근거로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
리스본 조약 50조에는 ▲ 모든 회원국은 자국 헌법 규정에 따라 EU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 탈퇴 의사를 유럽의원회(EC)에 통보한 뒤 218조 등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원국과 협상을 개시한다 ▲ 탈퇴 통보 시기를 기점으로 EU와위 관계 전반에 대해 2년간 협상을 진행한다 ▲ 협상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면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 EU에 재가입을 원한다면 49조에 언급된 절차에 따른다 등의 내용의 담겨 있다.
영국에서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지난 2007년 이 조약에 서명했다. 50조가 발동된다는 것은 긴 협상 과정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요성에 비해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협상 개시 시점이나 시기 등이 정확하지 않고 협상 연장 기한도 못박아 두지 않아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다.
크리스 비커튼 캠브리지대 정치학 교수는 저서(The European Union: A Citizen’s Guide)를 통해 "이 조항이 부실한 이유는 애초에 탈퇴 의사를 밝힐 회원국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초안 성격인 탓에 외려 독소 조항으로 전락한 셈이다.
리스본 조약 50조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협상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리스본조약 50조'를 근거로 후임 총리가 정해지는 10월까지 탈퇴 절차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정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즉시 발동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U 내부에서는 영국이 쉽게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캐머런 총리는 당장 28~2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그러나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이 탈퇴를 공식 통보하기 전까지는 탈퇴 협상이 시작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탈퇴 협상의 첫 발조차 떼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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