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어요? 그럼 살려요" 지상파 구한 '태양의 후예'[상반기 결산-방송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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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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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2016년 상반기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드라마로 KBS2 ‘태양의 후예’라는 것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만큼 '태양의 후예'는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태양의 후예’는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선택한 배우 송중기를 한 순간에 아시아를 휩쓴 한류 제왕으로 만들었고 한류 여신 송혜교의 건재함을 알렸으며, 스타 작가 김은숙의 집필력과 이응복PD의 연출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최근 케이블 채널 드라마 등에 밀리며 벼랑 끝에 섰던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살리는 역할까지 해냈다.
 

'태양의 후예' [사진=KBS]


△ ‘태양의 후예’가 구해낸 자존심…돌풍에 가려졌던 지상파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성공하기 전 지상파 드라마는 ‘위기설’이 나돌 정도였다. tvN ‘응답하라 1988’ ‘치즈인더트랩’ ‘시그널’과 최근의 ‘또 오해영’까지 방송되는 드라마 마다 흥행이 이어졌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딱히 이렇다 할 성적표를 받아든 드라마는 없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가 방송 된 뒤, '위기설'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뿐만 아니라 명대사, 명장면의 탄생과 함께 "~지 말입니다" 등 군 말투를 범국민적으로 유행시키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런 ‘태양의 후예’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점령했다. 송중기-송혜교는 물론, 진구-김지원과 여러 조-단역 배우들까지도 숱한 화제를 뿌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독보적인 사랑을 받은 것에 반해 동시간대 방송된 SBS, MBC 드라마는 그야말로 참패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와 같은날 첫 방송을 시작한 ‘돌아와요 아저씨’는 7.6%(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에 그쳐, ‘태양의 후예’ 38.8%에 압도 당하며 기 한 번 펴지 못했다. 이는 흥행 불패를 이어오던 여배우 오연서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정지훈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더욱 뼈아팠다. 소재와 스토리 면에서는 참신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만으로 위로 받아야 했다.

SBS는 김명민 유아인 주연에 제작비 300억을 쓴 ‘육룡이 나르샤’가 큰 화제 없이 월화극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한 것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화제성에선 크게 앞섰으나 시청률은 고전했던 장근석 여진구 주연의 ‘대박’도 시청률 1위로 시작했지만 꼴찌로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위에서부터 '육룡이 나르샤'-'돌아와요 아저씨'-'굿바이 미스터 블랙' [사진=SBS, MBC]


또 ‘드라마 명가’로 군림하던 MBC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대표적인 로코퀸인 장나라의 ‘한 번 더 해피엔딩’도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고, 해외 로케이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진욱 문채원 주연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태양의 후예’에 밀리며 기를 펴지 못했다. 물론, ‘태양의 후예’가 끝난 뒤 시청률이 상승하는 반사효과를 누리며 동시간대 1위 자리는 잡았지만 개운치 않았다.

앞서 MBC는 연이은 50부작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MBC ‘화려한 유혹’이 13.8%로 매니아 층을 사로잡으며 성공한 듯 보였지만, 그 바통을 이어받은 ‘몬스터’는 현재까지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병훈 감독의 사극 ‘옥중화’와 황정음 류준열의 ‘운빨 로맨스’도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그나마 MBC가 '옥중화'를 내놓기 전에 편성됐던 16부작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이서진과 유이 두 사람의 놀라운 연기 호흡으로 호평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을 뿐이다. 결국 ‘태양의 후예’만이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물론,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첫 방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박신혜 김래원 주연의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질투의 화신’ ‘보보경심:려’ 등 쟁쟁한 드라마 라인업으로 반등을 노린다.

MBC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송중인 ‘운빨 로맨스’가 끝나면 한류스타 이종석 한효주 주연의 ‘W’가 시작된다. 두 톱스타의 만남으로 벌써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어 시청률에서도 기대가 크다.

KBS도 SBS와 MBC의 반격에 팽팽하게 맞선다. ‘국수의 신’이 종영한 뒤 김우빈 배수지의 100% 사전 제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와 박보검 김유정의 ‘구르미 그린 달빛’, 여기에 올 연말 방송될 예정인 ‘화랑:더 비기닝’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안방까지 사로잡을 준비를 마쳐,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올 하반기에도 이어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백희가 돌아왔다' [사진=KBS]


△ “살릴 수 있어요? 그럼 살려요”…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심폐소생 성공

KBS 미니시리즈는 지난해부터 시청률 부진에 허덕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바닥을 쳤던 시청률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 딱 한 방으로 길었던 부진에서 탈출했다.

KBS는 지금껏 경쟁사인 SBS나 MBC에 시청률 부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부부의 연을 맺게 만든 구혜선 안재현 주연의 ‘블러드’도 실제 사랑에는 성공했지만 시청률에서는 고전했다. 이후 ‘후아유-학교2015’ ‘너를 기억해’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 ‘오 마이 비너스’ ‘무림학교’까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 방송 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장사의 신-객주 2015’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뿐이다. 간간히 10%대를 기록할 뿐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KBS 미니시리즈는 시청률에 목 말라 있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가 KBS 미니시리즈의 구겨진 자존심을 한 번에 만회시킨 것이다. ‘태양의 후예’는 올 2016년 첫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물론, 국내에서 사전 제작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에 ‘태양의 후예’ 성공에 대해 대중들 역시도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마자 시청률 잭팟이 터지며 일약 최고의 드라마로 올라섰다. 무려 14.3%라는 첫 방 시청률로 출발한 ‘태양의 후예’는 회가 거듭될수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입소문을 탔고, 마지막회에서는 38.8%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추가 편성된 스페셜 방송에서도 10%를 넘으며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태양의 후예’ 성공 덕분이었을까. KBS는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 내놓은 드라마에서 단맛을 봤다.
 

[사진=닥터스 & 뷰티풀 마인드 포스터]


참혹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 들며 울상을 지었던 ‘무림학교’는 그 후속으로 편성된 미니시리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예상 외로 큰 사랑을 받으며 분전했다.

방송 초반에는 최수진 작가의 웹툰 '천원짜리 변호사'의 표절 논란으로 한 차례 곤혹을 치렀지만 드라마가 방송 될수록 많은 시청자들은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공감을 얻었고, '연기의 신' 박신양은 실제 서민들이 겪을 수 있는 법적인 문제를 속 시원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17%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기에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후속작으로 선정됐던 ‘뷰티풀 마인드’의 여주인공 박소담이 ‘겹치기 출연’과 관련한 문제로 편성이 지연되는 틈을 타 강예원 진지희 김성오 주연의 4부작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10%를 돌파, 단막극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로 막을 내리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물론, '뷰티풀 마인드'가 SBS '닥터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아직 드라마 초반인 것과, '뷰티풀 마인드'의 장혁의 연기를 향한 쏟아지는 호평으로 반등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KBS 드라마가 연이어 호평과 인기를 한꺼번에 얻고 있는 것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태양의 후예' 인기의 파급효과 때문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잘 만들어낸 드라마 하나가 KBS 미니시리즈의 심폐소생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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