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용기 인턴기자 =“알바생이 아니다. 알바노동자로 불러 달라. 우리도 일하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왜 우리를 알바생이라고 부르는가.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될 때 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알바노조 조합원)
내년 최저임금 결정의 법정기한을 하루 앞둔 27일, 알바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이 단식 12일 째를 맞았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알바노동자들의 현실. 알바노조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은 1만원이다. 현재 최저임금 6030원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시키고자 알바노조가 물·소금·효소 만을 섭취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훈 알바노조위원장은 단식 11일 째날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알바노조 단식 현장에서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박 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노조 조합원을 포함해 165명이 단식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이다. 단식 누적시간은 7500시간이다. 알바노조는 1만 시간을 채울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용윤신 알바노조 사무국장은 “박 위원장이 불가피하게 단식을 중단하지만 이가현, 우람 조합원이 국회 앞을 계속 지킬 것”이라며 “20여명의 알바노조 조합원, 많은 시민들이 단식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회가 최저임금 1만원에 응답할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노동자들은 고용주로부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돈을 떼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알바노동자들의 고충을 덜고 고용주에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2013년 8월 알바노조가 창설됐다.
알바노조 조합원 김재호(29)씨는 “그 동안 공사현장 일용직, 조선소 등에서 알바를 했었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타협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박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상훈 국경없는 의사회 의사는 “전날 박 위원장 맥박수를 확인한 결과, 분당 56회를 기록했다. 통상 분당 60회 이하로 떨어지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위원장이 50㎏대의 마른 체격이라 확실히 안정될 때까지 건강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식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 A씨는 “최저임금으로 생을 꾸려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요즘같이 경기가 나쁜 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게 된다면 고용주에게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B씨는 “지금도 손님이 줄어 매출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최저임금 기준도 부담스러운 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더 올라갈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최저임금은 상징적인 수치 일뿐 최고임금이나 다름없다”고 불평했다.
기자도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단식에 참여했다. 단식 참가는 알바노조 홈페이지에 게재된 링크를 통해 하면 된다. 단식 현장 또는 인증샷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알바들은1만시간단식중' 태그를 달아 올릴 수도 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과 28일 각각 제6차, 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한 뒤 고시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집회가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노·사 양측의 대립으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결국 전 국민에게 미칠 것”이라며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전원회의가 열리긴 하지만 최저임금위 재량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연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법정 고시 기한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 최종 고시 기한이 오는 8월 5일인데 그전까지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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