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응답하라 1988'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SBS 개국 이래 드라마 최저 시청률 2.6%로 지난 4월 초라하게 종영한 ‘돌아와요 아저씨’, 지난 24일 1.4%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2016년 상반기 지상파는 예능이니 드라마니 할 것 없이 고꾸라졌다. 그나마 지상파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되며 신드롬을 일으킨 KBS2 ‘태양의 후예’뿐이었다.
지상파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청률을 독식한 것은 케이블, 그중에서도 단연 tvN이다. 개국 10주년을 맞아 절치부심해 ‘신흥 드라마 명가’가 됐다. 케이블이 시청률 1%만 넘겨도 대박이라고 했던 시절은 이제 아득하다. 두 자릿수 시청률이 나왔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러운 호들갑이다. 시청률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데 숨이 가쁠 정도다.
[사진='시그널' 포스터]
연초 ‘응답하라 1988’이 아직 깨지지 않은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 19.6%로 종영하면서 기분 좋게 2016년의 문을 열었고, ‘시그널’에게 안정적으로 바통을 넘겼다. “돈 안 되는 장르물”이라는 이유로 지상파 SBS에서 퇴짜를 받은 이 드라마는 “장르물이라 흥행 위험성은 있지만, 작품이 좋아 선택했다”는 tvN으로 가서 훨훨 날았다. 시청률은 기본, 장기미제사건 해결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드라마의 역할이 오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사진='또 오해영' 스틸]
tvN 드라마국이 2016년 상반기 이룬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금토드라마와 비교해 화제성이 떨어졌던 월화드라마가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누적 조회수 11억 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해 시청률 7.2%로 tvN 월화드라마 중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치즈인더트랩’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재 방송 중인 ‘또 오해영’은 지난달 2일 시청률 2.059%로 출발해 매회 시청률이 올라 8회 만에 ‘치즈인더트랩’을 꺾었다.
[사진='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돈을 쫓지 않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은 tvN 드라마국을 보고 하는 말이다. 맹목적으로 시청률만 쫓는 지상파와는 달리 드라마의 사회적 역할을 잊지 않았고, 작품성에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다. 40대 중견 배우를 내세워 알츠하이머라는 흔한 소재로 기필코 잊지 말아야 할 정의와 가족애를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해낸 ‘기억’과 꼰대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참을성 있게 관찰한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렇다. 시청자는 시청률로 화답했다.
tvN은 드라마에서는 걸출한 작품성으로 지상파를 위협했으면서, 예능에서는 정반대의 전략을 내세워 케이블채널만이 누릴 수 있는 B급 코드와 자율성을 전면에 내세워 지상파와 궤를 달리했다.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가 그 대표작이다.
스타 PD 나영석이 론칭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가 “쇠퇴기를 걷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전성기가 워낙 유난스러웠기 때문이다. 여전히 6~10%를 오가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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