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편(6/28 영진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영화편수가 상영되었지만, 오히려 관객수와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적었으며 “흥행할 요소를 모두 갖추었던” 작품은 씁쓸하게 퇴장하기도 했다.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했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영화라 취급받던 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 많은 관객에게 고루 인기를 얻었고 로맨틱코미디는 오히려 관객들의 미지근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연속. 올 상반기 영화계를 키워드별로 정리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동원·황정민·크리스 에반스도 이루지 못한 ‘천만의 꿈’…無천만 박스오피스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작품은 강동원·황정민 주연의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과 손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월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누적관객수 970만 6695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끌어 모으며 상반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천만요정’ 황정민과 강동원의 코믹연기로 무난히 ‘천만 영화’에 등극할 줄 알았건만, 영화는 누적관객수 970만에 그치며 ‘천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도 마찬가지다. 4월 27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는 탄탄한 팬층과 해외 유명 배우들의 출연에도 누적관객수 867만 6000명에 그치고 말았다. ‘어벤져스2’를 따라 천만 돌파를 예상했던 ‘캡틴 아메리카’지만 천만의 길은 험했다.
누가 예상했을까. 저예산 흑백영화와 토끼·여우가 콤비를 이루는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사랑받을 거란 것을.
우리의 아픈 상처와 역사를 담은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과 ‘동주’(감독 이준익)은 관객들의 자발적인 홍보로 장시간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특히 제작비 5억 원의 흑백영화 ‘동주’의 경우 누적관객수 116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6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연배우인 박정민은 ‘동주’로 데뷔 5년 만에 2016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신인상을, 이준익 감독은 영화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귀향’과 ‘동주’의 입소문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전파되며 미국 등 해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주토피아’ 역시 역주행, 반전의 아이콘으로 손꼽히고 있다. 의문의 연새 실종사건을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와 파트너가 된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개봉주에는 미미한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3~4위를 웃돌았으나 점점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주말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갱신하며 관객수 470만 2,92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아가씨’ ‘서프러제트’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2016년 상반기는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 복수가 키워드인 영화들이 많았다. 한동안 극장가를 달궜던 브로맨스는 저물고 워맨스가 떠올랐으며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앞세운 작품들이 흥행을 이뤄냈다.
먼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하녀와 후견인의 이야기를 다룬 ‘아가씨’(감독 박찬욱)는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하녀 숙희(김태리 분)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사랑과 복수를 그리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과 레즈비언이라는 소재 때문에 호평이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으나 결과는 흡족했다. 개봉 4일 차 100만, 6일 차 200만, 12일 차 300만 관객을 돌파한 ‘아가씨’는 지난 26일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찬욱 감독의 19금 영화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자랑했다.
갑작스럽게 정신병원에 끌려간 여성 수아(강예원 분)의 이야기를 다룬 ‘날,보러와요’는 꾸준한 입소문으로 100만 명을 동원했고, 여성 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서프러제트’는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 4일 만에 7천 관객을 돌파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여성 위주의 치정극 ‘해어화’, 손녀와 할머니의 연대를 그린 ‘계춘할망’, 여배우와 여중생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담은 ‘굿바이 싱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는 엄마의 이야기를 녹여낸 ‘비밀은 없다’ 등이 줄줄이 개봉, 여성 영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뭣이 중헌디! 부국제부터 칸국제영화제까지…뜨거웠던 영화제 돌아보기
지난해부터 영화인·영화팬들의 마음을 들쭉날쭉하게 만들었던 부산국제영화제와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칸 국제영화제 역시 올 상반기 영화계의 중요 키워드였다.
먼저 4년째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과 나홍진 감독의 신작으로 다시금 해외에서 주목받게 됐다. ‘아가씨’와 ‘곡성’은 69회 칸영화제에서 각각 경쟁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금년 필름마켓서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고 수출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해외 영화제작사에서 한국영화제작에 관심을 보여 향후 영화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위기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영화제 정상 개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산시와 갈등을 빚어왔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으로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임시총회를 열고 첫 민간인 조직위원장 김동호를 위촉해 영화인들과 팬들을 달래며 영화제의 정상 개최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뜻을 밝혔다.김동호 위원장과 강수연 위원장은 “영화제의 정관을 개정하고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겠다”며 영화제의 독립성·자율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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