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용기 인턴기자 = 600여명의 사진기자가 매일 1600여장의 사진을 기사로 내보내는 곳 '로이터'(REUTERS). 그들의 사진에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이터는 1851년 독일인 P. J. 로이터가 설립한 국제통신사다. 미국 AP통신, 프랑스 AFP통신과 함께 세계 3대 통신사로도 꼽힌다. 100여 년간 로이터가 담은 사진의 수만 1300만장. 그 중 찰나의 순간을 담아낸 450장이 엄선돼 '로이터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라는 이름으로 한국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전시는 오는 9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로이터 사진전의 첫 섹션은 로이터 클래식(Reuters Classic)으로 시작된다. 1900년대 제1차 세계대전의 생생한 순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전 관계자는 “이곳에는 기사로 보도되지 않았던 25장의 사진을 만날 수도 있다”고 기자를 안내했다. 로이터 클래식을 여는 첫 번째 사진은 1915년 데니즈 풀베이터르가 프랑스 북부 아리스 근교에서 찍은 프랑스군의 점심식사 장면이다.
아트리스 라티프 로이터 사진기자는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는 매번 변한다. 솔직하게 일반대중에게 닿는 순간이면서 우리가 세상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사진이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전시장을 걷다보면 이러한 글귀를 전시장 벽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이터 사진기자가 말하는 사진에 대한 가치, 신념 등이 사진전의 몰입도를 더 높인다.
관람중에 만난 한나리(25) 씨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몰입도가 좋다. 450장의 사진을 효율적이고 알차게 보는데 제격”이라고 조언했다.
이모션(Emotion) 섹션에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출한 사진, 생생한 스포츠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이 선보인다. 문선희(48) 씨는 “색깔의 대비로 역동성을 강조한 스포츠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며 “사진기자들이 영혼을 담아 찍은 100년간의 역사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유니크(Unique) 섹션은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한 사진들로 구성됐다. 전시장 내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사진전 관계자는 “보도사진이 항상 무겁고 현실을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아름답게 전시한 곳이 유니크 섹션”이라고 설명했다.
트래블 온 어스(Travel on Earth) 섹션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바로 카를로스 쿠티에레스 기자가 2011년 6월 5일 칠레 엔트레라고스에서 찍은 푸예우예 화산 폭발 장면. 높이 솟구친 화산재 기둥과 그 기둥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번개가 사진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쿠티에레스 기자는 “대자연의 위력과 우리가 자연을 존중해야 함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자연의 파괴적인 힘에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할 수 있는가”라고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리얼리티(Reality) 섹션은 보도사진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진 속의 한 남자가 자동차 지붕에 엎드린 채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동차 주위로 남자를 집어 삼킬 듯한 물이 빠른 속도로 흐른다. 로버트 갤브레이스 기자는 2005년 9월 4일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홍수피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뉴올리언즈의 한 거리에서 고립무원이 된 한 남자는 해안경비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단다.
관람객 오준석(21) 씨는 “리얼리티 섹션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폭격으로 사망한 여자의 시신이 땅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관람평을 남겼다.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섹션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순간을 다룬다. 2008년 9월 11일 케빈 쿰스 기자는 로이터 런던지사 4층 뉴스룸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생소한 광경을 목격했다. 건너편 리먼브라더스 사무실에서 수십 명의 직원들이 서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쿰스 기자는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쿰스 기자는 금융위기로 리먼브라더스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당시 내가 찍었던 사진은 리먼브라더스 주가폭락으로 직원들이 긴급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며 “사진을 찍고 난 후에야 내 사진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한다.
기자가 전시장을 찾은 28일은 평일임에도 불구,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영미(25)씨는 “로이터 사진전에는 교과서, 책에선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서 학보사, 신문부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영감을 받을 만한 사진이 많다”고 말했다. 윤종건(23)씨는 “대학교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진전을 통해 사진 한 장이 곧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사진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도슨트는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5시에 운영된다.
한편 내달 2일에는 다미르 사골 로이터 사진기자가 직접 관람객을 대상으로 스페셜 도슨트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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