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양성평등' 일·가정 양립 직장문화 핵심 트렌드로 주목

행복한 가정, 행복한 기업 서로 등식으로 부각

[지난 3월 열린 '2016 제1차 가족친화포럼'에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 성과보고회'에서 관계자들이 그간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포럼'에서 관계자들이 그 동안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 "여성이 임원으로 올라가려면 야근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주위의 여성 동료 가운데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지만 가정 때문에 결국 버티지 못한 것을 수 차례 봤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밤 늦도록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서 임원이 된 겁니다." (A기업 50대 여성 임원)

# "야근이나 회식 때 어린 자녀들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말하면 당장 배려는 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눈치가 보입니다. 심지어 사내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고, 실제로 그런 경험으로 인해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어집니다." (B기업 40대 여성 과장)

우리사회 전반에 여전히 '남성 외벌이' 노동모델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각종 고용 규칙이나 관행, 질서 등 대부분에서 면면이 드러난다. 이런 근로문화로 인해 여성인력의 활용이나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밤 늦도록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뭉치와 씨름하는 구태 역시 여성의 직장생활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일선에서는 이 같은 불리한 여건을 둘러싸고 '능력 없고 소극적'이라는 편견까지 더해진다. 다시 말해 '야근=성실'의 공식이 성립하는 상황에서 퇴근 뒤 소등만으로 야근을 줄이기 어렵고, 육아휴직이나 보육시설 확대만으로 근본적인 단점을 극복하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엄마'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현장과의 괴리감도 급속도로 커진다. 그러면서 임신 이후 출산과 육아기에 이르는 경력단절이 현실화된다. 이미 여성인력의 수준은 남성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됐지만 정작 그 능력이 빛을 발하지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선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여성이 당당한 사회'란 슬로건 아래 양성평등 실천에 나섰다.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결코 깨뜨릴 수 없던 장벽인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차츰 걷어내고 있다.

◇ '일과 삶 병행' 직장문화 핵심 트렌드로 자리매김

유럽의 주요 선진국을 보면, 여성 고용률 제고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들을 가정으로부터 끌어내고 삶과 업무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독일의 경우 2004년 대비 2008년 여성고용률이 59.2%→64.3% 수준으로 변화되며 전체 고용률을 기존 65%에서 70.2%까지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반면 우리나라 20대 여성고용률(57.8%)은 남성(56.5%)을 약간 앞질렀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화됐고 성별간 고용률은 35%p 차이로 크게 역전된다.

최근 일터에서 '일·가정 양립'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4년 10월 '아빠의 달' 제도 도입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직장에서 육아휴직자는 2013년 총 6만9616명에서 2014년 7만6833명, 2015년 8만7339명으로 해마다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빠들이 어린 자녀를 돌보겠다며 직무를 쉰 인원은 각각 2293명, 3421명, 4872명 등으로 40~50% 선에서 급증했다.

더불어 자녀를 보살피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여 사용토록 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자도 꾸준히 많아졌다. 연도별 이용자는 2013년 736명, 그 다음해 1116명으로 1.5배 넘게 늘어 지난해 2061명을 기록했다. 이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가족 구성원에 대해 가능하며 최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양성평등한 육아문화 정착 차원에서 남성공무원의 해당 휴직 기간도 여성과 동일하게 3년으로 고쳐졌다. 2014년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서 개선 권고(국가·지방공무원법)한 사항이다. 부모 만족도가 높은 국공립·직장어린이집을 늘려 양육부담도 한껏 줄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인식 팀장은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저성장 뉴노멀(new-normal)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정부와 협력해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결혼, 육아 부담 사라지니 행복지수 절로 늘어요"

요즘 행복한 가정과 행복한 기업이 서로 등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즉 기업과 근로자의 동반성장을 일컫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는 2057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멕시코,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이런 장시간 노동 관행은 삶의 질은 물론이고 사회자본, 생산성 등을 저하시킨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기업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직원들의 육아휴직이 자유롭고, 직장어린이집 운영, 정시퇴근 등에 노력 중인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가 두드러진다.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자 선정 때 가점이나 금리 우대 등 110개 이상 항목에서 혜택이 주어진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때 미인증기업 보다 생산성이 약 14~19% 더 높았다. 야근을 적게 할수록 업무생산성도 0.25%p 크게 나타났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 역시 연관성이 적지 않았다. 정부의 '민관 합동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 참여 기업수는 2014년 출범 당시 117개에서 올해 초 142개로 늘었다.

통신업체 KT는 작년 12월 남성과 여성 직원의 비율이 각각 83.6%(1만9562명), 16.4%(3838명)로 차이가 현저하다. 이에 반해 평균 근속연수는 길고, 휴직하는 아빠가 많으며 공정한 인사평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젠더(gender)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신입사원, 신임관리자, 임원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도 내놨다. 특히 '반차휴가제', '선택근무제', '리프레시(재충전 자기계발 기회 제공) 휴직', '안식년 휴가제' 등은 우수 벤치마킹 모델이다.

1999년 1호점(이대점) 오픈 이후 64개 도시에 900여 개의 매장을 연 커피 프랜차이즈 (주)스타벅스(Starbucks)커피코리아는 '시간선택제 부점장 리턴맘' 제도가 눈에 띈다.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잠시 끊어진 파트너에게 재취업 기회를 준다. 퇴직한 전 동료를 재고용, 적재적소 필요 매장에 배치함으로써 운영 효과를 키운다. 하루에 일은 4시간, 주 5일 기준으로 배치하지만 기존 정규직과 연봉 및 복리후생은 사실상 차이가 없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장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람과 시간이 아닌 직무와 성과에 따라 인사관리가 이뤄지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 운영 성과. 이미지=여성가족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