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 혼란은 지난주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촉발됐다. 국민투표 결과 발표 직후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오는 9월 9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대표에게 영국의 EU 탈퇴 협정을 맡기고 그 때까지 소위 관리인 역할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도 당수인 제레미 코빈은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강력한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야 당수 모두 존재감이 완전히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 같은 지도자 부재는 영국이 EU 탈퇴 결정으로 맞이하게 될 새로운 세계에서 새 역할을 정비해야 하는 시기에 영국으로 하여금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캐머런 총리는 28일 EU 정상회담에서 탈퇴 협상을 차기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입장만 전하고 향후 영국의 계획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지 못했다. EU 정상들은 영국에 최대한 조속하게 탈퇴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영국의 EU 탈퇴 선언 전에는 영국과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며 영국을 압박했다.
보수당의 경우 브렉시트 결정을 둘러싸고 유력 차기 대표 후보가 연일 바뀌고 있다. 앞서 영국이 EU에 잔류할 경우 자연스럽게 캐머런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됐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8일 차기 보수당 당수 선거의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보리스 존슨을 막자는 ‘스톱 보리스’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보수당 당대표 선거는 보리스와 반(反)보리스의 대결이 될 수 있는 분석이다.
반보리스 후보 중에는 테레사 메이 후보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잔류 캠프를 옹호하면서도 적극 참여하지는 않았고 유럽회의론도 드러낸 적이 있어 보수당 내에서는 브렉시트 찬반 분열을 봉합할 적절한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현지시간 28일 타임즈오브런던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메이는 존슨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은 내전에 휘말렸다. 제레미 코빈 당수는 영국의 EU 잔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예비 내각 각교도 코빈의 퇴진을 요구하며 20명이 사임을 발표했다. 28일 실시된 코빈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는 찬성 172표, 반대 40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코빈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코빈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 중도파로부터 노동당을 되찾은 뒤 9개월 만에 위기를 맞게 됐다. 비판가들은 혹시 모를 조기 총선에서 코빈이 당수 자리를 지킬 경우 노동당이 완패할 수 있다며 퇴진압박을 높이고 있다. 2020년까지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하원 3분의 2의가 찬성하면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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