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올해 들어 조남성 삼성SDI 사장이 매달 중국 출장길에 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업계에선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특히 오는 8월 중국 배터리 표준인증을 앞두고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남성 사장은 지난 13일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사업 파트너인 러우친젠(婁勤儉) 산시(陝西)성 당서기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장원기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과 후허핑(胡和平) 산시성 성장도 함께 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러우친젠 당서기는 "삼성환신동력전지유한공사가 시안에 진출한 이래 산시성과 삼성 간 협력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SDI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겠다"고도 했다.
조 사장은 일정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 한달에 한 번씩은 꼭 산시성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늘 중국 삼성을 이끄는 장원기 사장이 동행했다. 장 사장은 지난 1월 28일 러우친첸 당서기가 산시성 성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조 사장과의 회동에 다리 역할을 했다.
이같은 조 사장의 노력에도 지난 20일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업체'명단에 삼성SDI는 없었다. 함께 도전장을 냈던 LG화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삼성SDI는 사실상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어 실망감은 더 컸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들어 생산·개발·품질·설비 면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배터리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모범규준'을 정해 심사를 벌여왔다. 이번 인증의 결과가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2018년 1월로 시행 시기를 점치고 있다.
삼성SDI가 4차 인증에서 탈락한 지 열흘 가량이 흘렀지만 아직도 중국 측에서는 인증 심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나 시점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탈락 이유 역시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조 사장은 오는 8월로 에정된 5차 인증 심사에 재도전하고 있다. 다음달께 또 중국으로 출장을 갈 예정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 중이기 때문에 일부러 해외 업체들을 따돌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삼성SDI는 부인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국 업체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이뤄질 심사에 대해 준비를 잘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가 등에서 내놓는 전망은 나쁘지 않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SDI가 제품 안정성이나 기술력 등으로 탈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4차 인증의 탈락 이유로도 ‘중국 내 공장 운영 기간 미달’을 꼽고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에 탈락한 게 양산 개시 시점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점으로 추정되는데 삼성SDI가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샘플 가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매출을 일으킨 것은 9월, 준공식은 10월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말하는 양산 시점이 의미하는 게 명확하지 않으나 오는 7~10월에는 자격이 갖춰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