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반이민 정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반이민 정서를 부추긴 것은 이민자들과의 일자리 경쟁, 저임금 등 경제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쏟아졌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로 이민자에 대한 태도와 경제적 환경은 생각만큼 큰 연관성이 없다고 29일 보도했다.
WSJ는 파퓰리스트들이 사람들의 경제적 불안감을 이용해서 세계화와 엘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선동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영국의 EU 탈퇴 캠프와 도널드 트럼프가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이민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을 막으려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고 이민자 수용이 이민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시민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스탠포드 대학 옌스 하인뮬러와 펜실베니아 대학의 대니얼 홉킨스의 연구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이민자에 대한 태도는 이민자에 대한 개인적 감정보다는 이민자가 자국에서 갖는 의미에 좌우된다고 결론 지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22개 유럽국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이민자에 대한 태도는 임금이나 세금도 영향을 미쳤지만, ‘사회적, 문화적, 언어적 화합’에 대한 우려가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민자의 사회적 이질감에 대한 우려는 저학력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분명한 것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교육 수준이 낮은 영국인들이 지난주 EU 탈퇴에 표를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에 실업률이 월등히 높은 18~24세 청년층은 65세 이상 노인층에 비해 잔류 지지율이 훨씬 높았다는 점도 이 같은 연구를 뒷받침한다.
하인뮬러와 홉킨스는 또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단순한 이민자 수가 아니라 증가 속도와 훨씬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의 반이민 정서는 2012년 이후로 강화됐다.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태가 좋은 영국으로 이민자가 대거 몰린 시기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시기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은 불법 이민자보다는 합법적인 이민자를, 미숙련 이민자 보다는 숙련 이민자를 선호했다. 또한 사람들은 피부색이나 국적보다는 이민자가 사용하는 언어와 같이 문화 및 사회적 동질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경제적 절망감을 이용해 국민을 선동하는 파퓰리스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각국 정부들은 실효성 있는 이민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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