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거 같아요” “잘됐던 것 같아요” “어려웠던 거 같아요” “∼해야 할 것 같아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한 유명선수는 말끝마다 ‘∼같아요’를 되풀이했다. 예컨대 “지금 소감이 어때요?”라고 묻는데도 “좋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같아요’를 애용하는 부류는 골프선수들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이나 주부, 직장인들 가운데도 습관처럼 ‘∼같아요’를 쓰는 경우를 자주 본다.
KLPGA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보인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거나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 것 같아요’ 표현을 쓰면 문제가 없지만, 확실한데도 습관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은 우리말 체계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고, 불확실한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모두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적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당한 지적이다. 자신이 한 일이나 느끼고 있는 것, 분명히 드러난 상황 등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같아요’로 마무리하는 것은 언어습관 차원을 벗어나, 자기방임이자 자기생각에 대한 자신없음의 결과다.
요즘 젊은이들의 대화에는 ‘진짜?’나 ‘완전’이라는 말도 많이 등장한다.
‘진짜?’는 상대방의 말에 대한 확인 차원의 반문인 듯한데, 영어권 사람들이 자주 쓰는 ‘리얼리?’(really?)를 단어나 말투 그대로 본받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에는 놀라움과 함께 ‘네 말이 맞으냐?’는 불신감도 배어있다. 그렇게라도 확인해야 할만큼 우리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겠다.
‘완전’이라는 말도 그렇다. ‘무척’ ‘매우’ ‘아주’ ‘정말’ ‘상당히’ ‘엄청나게’ ‘꼭’ ‘100%’ 등을 써야 할 자리가 모조리 ‘완전’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한 프로골퍼는 인터뷰에서 “올림픽이요? 완전 나가고 싶죠!”라고 말했다. 아무리 구어체라고는 하지만, 유명인의 말 치고는 천박한 느낌을 준다. 말은 상황에 맞게 가려서 써야 할 터인데, 대부분 상황을 한 단어로 마무리해버리면 그 사람의 사고영역도 그만큼 축소되고 만다.
‘언어는 정신의 얼굴’이라고 한다. 또 ‘혼불’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고 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바를 말로써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도 소통한다. 자기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하고, TV 등에서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말을 무분별하게 따라하며, 문장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쓰는 것은 자기 주관이나 정신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휴대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 거리 등지의 공공장소에서 소리 공해는 예전보다 심해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실종된 소음 자체도 문제이지만, 아무 때나 ‘같아요’ ‘진짜’ ‘완전’ 등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요즘의 언어행태는 더 꼴불견이다.
운동 선수들은 스포츠 외에 학업이나 기본적 소양을 닦는데 더 신경을 쓰고, 배우는 학생들은 올바른 말과 글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유행어를 만들어 퍼트리려고 하는 저속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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