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둘러싼 논쟁이 20대 국회를 강타했다.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시동을 건 국민연금 공공투자 확대 논리는 복지인프라 확대를 통한 ‘연금의 지속가능성’이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선(先) ‘연금재정 안정화’를 이유로 국민연금 공공투자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놓고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는 입장과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국민연금 공공투자의 오해와 진실, 핵심 쟁점 및 대안 마련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국민연금 공공투자의 가장 큰 난관은 ‘국민적 저항’이다. 연금지급 용도인 국민연금을 왜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 없이 자의적으로 투자자금의 용처를 정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상 국민연금의 관리·운용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다만 이때에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재정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연기금 투자는 참여정부 때 ‘한국형 뉴딜’ 일환으로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노후용 기금을 ‘쌈짓돈’ 쓰듯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데 비난 여론이 형성, 극심한 보혁 갈등을 초래했다. 당시 쟁점은 기금관리기본법 3조3항(연기금의 주식·부동산 매입 금지 조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 허용 확대였다. 현재는 공공투자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국민연금 공공투자가 ‘복지 포퓰리즘이냐,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공공투자, 저출산·고령화 새 대안
3일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5300억원 수준에서 2003년 100조원, 2010년 300조원, 2015년 512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1조 달러에 달하는 일본 공적연금펀드와 9000억원 달러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이는 ‘모든 국민의 국민연금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강제가입 제도와 무관치 않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국민연금의 강제가입에 대해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후 소득 불평등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라며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2157만여 명이다. 전 국민이 국민연금의 주인인 셈이다.
국민연금 공공투자는 현재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에 한정된 연기금의 공공사업 전환을 핵심으로 한다. 법적 근거는 국민연금법 제102조(기금의 관리 및 운용) 2항2조다. 동 조항에는 ‘공공사업을 위한 공공부분에 대한 투자’를 명시하고 있다.
공공투자의 철학적 기초는 저출산·고령화 대안 마련에서 출발했다. 오는 2060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기금 고갈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의 양대 기축보험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통해 기금 고갈의 ‘임계치 저지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원칙한 투자운용, 국민적 신뢰 회복 관건
문제는 △수익률 보장 등 안정성 △기금 손실 시 부담 주체 △사회적 합의 등이다. 현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현황(지난해 9월 기준)을 보면, 채권투자에 가장 많은 57%를 투자하고 있고 이어 주식투자(32%)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10%) 등의 순이다. 이미 연기금의 주식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공공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더민주는 “공공투자는 국민연금기금 국채투자의 일부”라며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 산하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추진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국민연금의 서민주택 등 공공부문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국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창당 1호 법안으로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컴백홈법’을 발의했던 국민의당은 공공주택법을 개정, 국민연금이 직접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연금기금 등 연기금이 임대주택사업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 입장은 단호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안정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일본 그린피아’ 사례를 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 국민연금 산하 연금복지사업단은 전국 13개에 휴양시설 건립에 나섰지만, 2007년 일부 시설을 중국 보아 회사에 매각, 국민 돈을 날렸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이것은 기금 고갈에 따른 대책 마련도, 안정성 담보에 대한 의심도 합리적인 것”이라며 “결국 선택의 문제지, 정파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복지사업 지난 5년간의 수익률이 -1.04%인 것도 걸림돌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공단은 옥시·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기업 10곳에 3조8536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 5대 원칙(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독립성) 상당수를 훼손한 셈이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내내 국민연금의 성격, 즉 ‘신탁 기금(반대론자)이냐, 사회투자자본(찬성론자)’을 둘러싼 논쟁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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