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신춘호 “나는 서민이 아닌 국민을 위해 라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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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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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14)

율촌 신춘호 농심그룹 창업자[사진=농심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나는 서민을 위해 라면을 만든 적이 없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해 라면을 만들었다.”

율촌(栗村) 신춘호 농심그룹 창업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만큼 맛있는 라면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일했다.

그는 “내가 서민을 위해 라면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면 전세계 84개국에 팔리는 맛 좋은 라면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라면을 '수프'라고 정의한다. 음식의 간이 맞아야 하듯 라면도 수프가 맛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리는 그가 오늘날 성공한 비결이기도 하다.

율촌이 내세운 글로벌 경영의 핵심은 “농심의 브랜드(맛)를 그대로 심는다”이다. “한국인들에게 맛있는 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맛있다”는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신라면의 매운 맛이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겐 선호받지 못하더라도 그 맛을 변화시키기 보단 해외 소비자들에게 신라면의 고유한 맛이 녹아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농심의 역사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율촌은 사업정보 수집차 일본을 갔다가 라면을 처음 접했다. 일본에서는 1958년 닛신식품이 라면을 출시한 뒤 여러 식품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뉴라면'이라는 제품이 출시됐으나 실패했고 삼양식품이 일본 묘조 제품과 합작으로 라면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율촌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추진으로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그에 따라 라면과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농부 출신인 율촌은 국민들이 하루 세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소 체험했기에, 쌀 생산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의 개발은 국민에게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1965년 서울 대방동에 전신인 롯데공업을 세운 율촌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시장은 압도적인 선두 삼양식품과 7~8개 회사간 경쟁이 치열했다. 율촌은 소모전 격인 경쟁을 지양하고 품질향상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라면의 품질개선을 통한 소비자의 수요창출를 슬로건으로 율촌은 기술개발 및 설비확충에 투자를 집중했다. 고객지향적인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70년 짜장면의 인스턴트화라는 발상을 적용한 ‘짜장면’과, 소고기 국물 맛이 재현된 ‘소고기라면’ 등 두 게의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1978년 사명을 농심(農心)으로 변경한 뒤에도 지속적인 품질개선(면발과 스프 맛)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농심만의 고유한 노하우를 축적했고 1985년 라면시장에서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동안 농심은 너구리·육개장 사발면(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등의 장수히트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1986년에는 지금도 라면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신라면’을 내놨다.

평생을 제품개발에 매진해온 율촌의 경영방침은 “사원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이다. 실패의 경험이 지혜가 돼 농심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실패는 손실만 안겨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지혜와 또 다른 실패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며 "그래서 성공에 보다 가까운 지름길을 안내해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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