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바통을 이어 받을 새로운 영국 보수당 대표이자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시기를 두고 주요 경선 주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차기 보수당 대표는 3차례의 하원의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2명으로 추린 뒤 일반 당원의 우편 투표로 선출을 결정한다. 하원 투표 일정은 5일(현지시간)과 7일, 12일 예정돼 있다. 이 기간에는 여론보다 당내 지지도가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보수당 하원의원은 331명이다.
결선 후보가 정해지면 7~9월 사이 본격적인 캠페인이 진행된다. 우편 투표에 참여하는 보수당원은 약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10월 2~5일 버밍엄에서 개최되는 보수당 전당대회에 앞서 9월 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잠정적인 최종 후보 발표일은 9월 9일이다.
현재 후보에 오른 사람은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 리암 폭스 전 국방장관,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부차관 등 5명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유력한 최종 후보로는 메이 장관과 고브 장관이 꼽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에 의뢰해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이 장관에 대한 지지도는 59%로 가장 높았다. 고브 장관은 지지율 15%로 뒤를 이었다. 크랩 장관의 지지율은 13%, 폭스 전 장관과 리드솜 차관은 각각 9%와 4%의 지지를 얻었다.
다만 탈락 후보자 간 지지도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크랩 장관은 총리로 선출될 경우 1000억 파운드(약 152조 3830억원) 규모의 '영국 성장 기금'을 조성해 인프라 투자와 광대역 네트워크 등을 강화한다고 밝히는 등 민심 공략에 나선 상태다.
이번에 총리로 선출되면 EU 탈퇴 협상의 키를 쥐게 된다. 현재 협상 발효 시기를 두고 각 후보간 입장차가 달라 지지도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CN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력 후보인 메이 내무장관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면 모든 탈퇴 협상 절차가 시작된다"며 "EU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투표는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고브 장관도 탈퇴 협상을 올해 안에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리드솜 차관은 최대한 빨리 탈퇴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BBC 등 현지 언론은 리드솜 차관이 총리가 될 경우 빠르면 내년 봄께 탈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런던에서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거리 행진에 시민 4만 여명이 운집하는 등 EU 잔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경선을 통해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배출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선 후보 5명 가운데 메이 장관과 리드솜 차관이 최종 결선 후보가 되면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의 등장을 예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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