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불안에 경제지표 '빨간불'...호주 총리의 딜레마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총선을 치른 지 사흘 만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인 오스트레일리안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빌 쇼튼 호주 노동당 대표는 4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턴불 총리는 영국의 캐머런처럼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 결과 박빙 상황이 전개되면서 정치 불안이 계속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총선의 1차 개표 결과 턴불 총리가 이끌고 있는 집권당은 65석, 제1야당인 노동당은 67석을 차지했다. 과반의석인 76석에 못 미치는 성과다. 나머지 13석의 주인이 누가 되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우편 개표 과정이 남아 있지만 턴불 총리로서는 불안한 상황이다.
일단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배척해왔던 상원 소수당에게 손을 내밀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어렵게 11석 이상을 차지해 단독 정부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지난해 9월 총리 자리에 오른 턴불 총리는 지지도가 하락하자 취임 8개월만인 지난 5월 상원 개혁을 내세워 상하원 동시 해산 및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었다.
그러나 정치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호주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호주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고등급인 'AAA'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대 신평사 가운데 이달 말 등급 검토 회의를 예정하고 있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가장 먼저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잇따른 지도자 사퇴로 충격 큰 영국 정치권
영국에서는 정치 혼란을 책임 지겠다며 사퇴한 지도자가 보름 새 3명이나 된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의 개표 이후 유럽연합(EU) 탈퇴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영국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오는 10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후임 총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를 물러나게 한 건 '국민투표' 카드다. 캐머런 총리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초 순이민자가 늘면서 높아지고 있는 반(反)EU 정서를 이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막판 EU 잔류 호소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다.
그동안 EU 탈퇴 운동을 벌여왔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일찌감치 차기 총리 경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존슨 전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의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존슨 전 시장은 지금까지 유력한 보수당 차기 대표로 거론돼왔다.
또 다른 탈퇴파였던 나이젤 패라지 영국 독립당(UKIP) 대표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패라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브렉시트 투표 승리로 정치적 목표를 이뤘다"며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브렉시트의 번복을 막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국민투표 승리의 주역으로 꼽혔지만 탈퇴 운동 과정의 대책들이 거짓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홍보 과정에서는 유럽연합(EU) 분담금을 사회 보장 서비스로 쓰는 게 낫다고 알렸지만 EU 탈퇴로 결정난 뒤에는 공약의 실현 여부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말도 투표 이후에는 "아예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 탈퇴파가 투표 운동 기간 내놨던 발언이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점에 대한 비난이 높은 상황이다. 의회 청원게시판을 통해 국민투표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4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투표 보름이 지났지만 수만명이 거리에 모여 브렉시트를 취소해야 한다는 행진을 벌이고 있어 정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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