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공기업에 이어 민간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노조 측에서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연합회는 개인별 성과지표 개발을 위해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발주했다. 이르면 8월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관리자급 이상에 대해서는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직원들의 경우 호봉제에 일부 성과급이 붙는 임금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급은 개인 성과 평가가 아닌 소속 부서 또는 지점에 대한 평가로 책정된다. 시간이 지나면 호봉제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다보니 승진포기자나 무임승차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 직원까지 성과연봉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사측은 올해 금융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꼽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지난 7월 조회사에서 "성과주의 운영은 협업과 팀워크의 바탕 위에서 지금처럼 부서와 지점 성과, 팀 성과, 개인성과도 일부 반영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은 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성과주의와 관련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도입 방안을 연구 중이다.
문제는 금융노조 측에서 연봉제 도입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융노조 측은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정부가 뒤에서 주도하는 성과연봉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성과연봉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만 해결되면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금융공사 노사는 금융노조 산하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비간부직급에도 기본 연봉의 인상률이 차등 적용되고, 성과연봉의 차등폭을 2배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택금융공사 노사간의 합의가 다른 공기업 및 업권으로 확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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