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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의 전통시장 생생 탐방기 ⑪] 대기업에 상권 빼앗긴 동대문 상인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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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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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평화시장이 한산하다 [사진 = 방성식 인턴기자 ]


아주경제 방성식 인턴기자 = “도매도 소매도 다 힘들어요.. 대기업들이 치고 들어오니 버틸 수가 있어야죠.” (A씨, 무직)

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 평화시장은 한산했다. 인근 대형 쇼핑몰은 오픈 시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줄 서서 대기하느라 북적거렸지만, 이곳은 상인들이 매장 안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있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적었다.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부터 동대문 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오던 A씨는 졸업 후 M쇼핑몰 여성복 매장에 취직했다. 지난 20년 간 동대문 시장이 패션 단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에, 언젠가 자신의 매장을 차려 남부럽지 않게 살 거란 꿈도 가졌었다.  

그러나 분기가 다르게 손님이 줄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내방객이 감소했고, 점원 불친절 문제가 언론을 타며 동대문 시장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M매장은 디자이너 제작으로 변화하는 시장 트렌트에 적응하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동대문이 쇼핑 명소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들어서자 '큰 손'인 중국인들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매장 주인은 가계를 닫기로 결정했고 A씨는 실업자가 되었다.

이후 A씨는 평화시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도소매를 병행하는 시장이라 시장 경기 침체에 영향을 덜 받을 거란 생각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 그룹에서 동대문에 아웃렛을 운영할 거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몇몇 매장이 도매 전문 상가로 이전하면서 빈 점포가 늘어났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질린 A씨는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4일, 서울 중구 동평화 시장 매장 일부가 비어있다 [사진 = 방성식 인턴기자 ]


동대문 일대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생긴 피난민들이 평화시장을 형성하며 종합 의류 시장이 됐다. 이후 상권이 커지며 청평화시장, 신평화시장, 제일 평화시장 등이 들어섰고,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엔 대형 의류 쇼핑몰이 하나 둘 생겨났다. 경제 성장으로 파이가 커지고 있던 시기라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도 수용이 됐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의 동대문 진출에 대해선 “경기도 안 좋은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평화시장 운영회 관계자는 “롯데에 이어 현대 시티 아웃렛과 두산 면세점까지 들어선 것은 상인들에게 큰 타격이 된다”면서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로 소매는 물론 도매상인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자구책을 마련해도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을 따라잡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출 감소로 인한 ‘동대문 엑소더스(exodus, 탈출)’도 계속되고 있다. 평화시장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요즘 평화시장 매장 임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 기본인데, 장소에 따라선 보증금 200~3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받는 곳도 많다”며 “건물주들이 관리비만 받고 임대를 주려 할 정도로 입점 희망자가 없다”고 말했다. 비어있는 점포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엔 “예민한 문제라 답은 못하지만 심각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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