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일부 지방의 토산물로 소개된다. 조선 정조 때 농정가인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에서는 동북 강해(江海) 중에 나며,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나 더 살찌고 맛있다고 했다. 또 살의 빛깔이 붉고 선명해 소나무 마디와 같아 송어라고 하였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송어에 대해 북관(北關, 함경도) 바다에서 나는데, 매년 5~6월이 되면 떼를 지어 강에 들어와 산골짜기 시내에 이르러 석벽을 만나 올라가서 암석과 소나무에 몸을 부딪혀 뼈가 드러나면서 떨어지는데, 몸에서 소나무 향기가 나므로 송어라고 한다고 하였다. 여하튼 지금 우리가 양식해서 먹고 있는 송어는 토종이 아닌 일명 무지개송어라 불리는 수입어종이다.
무지개 송어의 학명은 ‘Onchorhynchus mykiss’로 흔히 ‘Rainbow trout’이라고 하며, 경골어류 연어과에 속한다. 육식성으로 물속의 곤충이나 각종 벌레 및 작은 어류를 먹고 산다. 냉수성 어류로 산간 계곡의 맑고 찬 물에 서식하며, 성장에 적정한 수온은 15℃ 내외로 보통 10~20℃에서 잘 자란다. 수온이 25℃ 이상으로 되면 몸이 쇠약해져 죽고, 또 수온이 7℃ 이하로 내려가도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성장이 늦어진다.
우리나라는 평창군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지역이 전체 생산량의 70%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으며,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일부에서도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하성(회귀성, anadromous)으로 바다에 다녀온 송어는 몸집을 불려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영양이 좋아서 그런지 성장이 매우 빨라 3년 내에 체중이 무려 7~10 kg까지 자라 양식의 2배까지 자라기도 한다. 송어는 육식성으로 공식(共食)의 우려가 있다. 동족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으로 어류 특히 메기나 배스의 경우 먹이가 부족해지면 이런 성향을 보인다. 그렇지 않더라도 큰 것에 밀려 성장이 둔해지므로 양식하기 위해서는 선별이 필요하다.
1965년 1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Henrycline Schmidt씨로부터 Kamloop 무지개 송어 종란 1만개를 수산청 정석조씨가 기증받아 강원도에 희사한다. 국민들이 배가 고프던 시기인 이때, 국민 소득증대와 식량자원 확충을 위해 도내 내수면 어업의 잠재력에 눈길을 돌린 박경원 전 강원도지사의 주도하에 송어양식이 최초로 시도된다. 그러나 수온이 낮은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화천댐 하단부에 양식장을 시설함으로써 실패, 최초의 송어양식 사업은 살아남은 치어 15마리만 방류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후 용천수가 솟아나며 연중 온도 12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적정한 수온의 1급수를 가진 평창읍 상리에 터를 잡고 강원도립양어장을 설치한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던 가운데, 실무책임자였던 함준식씨등은 북해도에서 들여온 송어 발안란으로 1967년 11월 마침내 국내 최초로 무지개 송어 인공채란에 성공, 양식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평창군 특히 미탄면은 오늘날 국내 최대의 송어산지로 송어의 고향이고 원조가 된다. 1983년 국내에서 고형사료가 개발돼 송어생산량 증가와 양식업체가 급격히 늘게 된다.
단백질공급원으로 시작된 송어는 웰빙시대를 지나면서 노화방지, 성인병예방, 피부미용에 좋다는 효능으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1991년 ‘에어로모나스균’ 파동과 2005년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으로 전국 양식장과 회전문식당이 문을 닫을 만큼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와 송어 양식 업계를 활성화시킬 방안을 찾던 중 평창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평창 송어축제다. 한강 시원지 오대산 우통수에서 발원해 진부시가지를 관통해 흐르는 오대천에서 펼쳐지는 평창송어축제는 3만3000여㎡의 축제장에서 얼음송어낚시와 맨손송어잡기,다양한 눈과 얼음썰매, 겨울놀이 등이 펼쳐진다.
2008년 첫 문을 연 송어축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송어 양식장 출하량과 판매액이 늘었다. 축제 기간에는 모두 90t의 송어가 소비될 것으로 예상돼 청정 무공해 송어 주산지인 미탄면 송어양식계와 계약을 맺었다. 미탄의 송어는 육질이 단단해서 식감이 뛰어나고 타 지역의 송어에 비해 담백하며 잡 냄새가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위기에 몰렸던 송어가 단순한 먹거리에서 짜릿한 손맛과 즐거움을 주는 겨울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우려로 제철인 송어의 수요마저 늘면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00년 국제자연보호연맹에서는 무지개송어를 세계 100대 악성외래종으로 지정했다. 강원 산간지역의 경우 산천어, 금강모치, 참갈겨니 등 토종어류의 씨를 말릴 수 있어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배스보다 크고 번식력 왕성한 송어가 하천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지금은 큰 문제 없지만, 파괴된 팔당호의 생태계처럼 악취와 수질오염도 우려되는 ‘송어양식’으로 인해 우리 환경 자원 및 생태계가 위험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창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으로 3년동안 89억을 투입한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노먼 맥클레인의 자전적 소설 `A River Runs Through It’를 영화화한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억한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이 아름다운 영상을 담은 영화 속에 폴맥클레인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가 플라잉 낚시를 하는 모습은 정말 부럽기 그지 없다. 창리천은 평창군 미탄면 기화리에서 다시 솟아오르며 추운 날 새벽 안개를 피워내는 절경을 연출한다. 절경 속에서 플라잉 낚시를 못해도 좋으니, 이 생태경관 보존지역이 그대로 잘 보존되면 좋겠다. 아니 될 듯해서 매우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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