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닥터스'는 2010년 방송콘텐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하명희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되는 작품이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방송 6회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의 성공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김희열(52)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KBS2 '겨울연가'부터 '여름향기', MBC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 다양한 웰메이드 한류 작품을 만든 팬엔터테인먼트는 대본의 힘을 믿는 제작사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 한다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봐요.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죠. 좋은 대본이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여준다고 믿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대본요? 읽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외주 제작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작가의 확보라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저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 팬엔터테인먼트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대본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를 들썩이게 만들며 주연 배우 지성에게 MBC 연기대상을 안긴 '킬미, 힐미'나 SBS '풍문으로 들었소', KBS2 '골든크로스' 같은 작품들은 당시 가장 잘 나가는 한류 스타를 캐스팅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두루 호평을 받았다. 올해만 해도 브라운관에서 한동안 찾기 힘들었던 정통 멜로드라마 MBC '결혼계약'으로 '의외의 성공'을 일궈냈다. 물론 대본의 힘을 믿는 팬엔터테인먼트에게 '결혼계약'의 성공은 결코 '의외'가 아니었을 테지만.
"한류 스타를 캐스팅해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전략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저희는 무턱대고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는 스타시스템을 지향하진 않아요.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고액의 출연료에 투입하거나 기존의 흥행 요소를 모방하고 재활용하는 전략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힘을 쓰고자 노력했어요. 다행히 '닥터스'를 비롯해 올해 제작한 작품들이 시청자 여러분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대로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을 했던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작가, 대본의 역량이 크다고 해서 배우가 덜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매 작품마다 캐스팅은 제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닥터스'의 박신혜는 김 부사장의 말에 따르면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배우"다.
"'닥터스'의 가제가 '여깡패 혜정'이었습니다. 어떤 캐릭터인지 느낌이 오시죠? 박신혜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혜정이란 캐릭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박신혜는 중화권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저희 작품과 합이 잘 맞을 거라 생각했죠. 물론 수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조합만 추구할 순 없어요. 그래서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10대나 20대에게만 인기가 있는 배우보다는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찾다가 김래원을 떠올렸죠. 배역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무척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연가'와 '해를 품은 달'의 성공. 배용준, 최지우, 김수현이란 거물급 한류 스타를 탄생시킨 작품을 포트폴리오에 갖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희열 부사장은 부담보다는 '힘'과 '가능성'이란 말로 팬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2000년대 초반 한류 열풍을 이끈 '겨울연가'를 만든 제작사라는 타이틀 덕에 '해를 품은 달'이라는 파급효과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어요. 이 두 작품은 코스닥 상장 등록과 사옥 건립 등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줬고 저희가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제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죽도록 일해도 죽지 않는다'는 거예요. '닥터스' 첫 방송을 앞두고 잇몸이 들떠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많이 긴장했어요. 그만큼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매 작품을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팬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거품 없는 내실 있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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