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돌고래 시장 전경 [사진= 방성식 인턴기자 ]
아주경제 방성식 인턴기자 =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거주하는 6년 차 주부 김경이(34세)씨는 저녁상을 차릴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남편과 둘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가 많아 아까웠기 때문이다. 소량 포장한 식재료를 사자니 가격이 비쌌고, 만들어진 반찬은 미심쩍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주부 모임에서 고민을 털어놓자 한 친구가 “수내동 돌고래 시장을 찾아가 보라”고 추천했다. 처음엔 “전통시장이 낯설다”며 망설이던 김씨도 친구 손에 붙들려 시장을 방문한 뒤엔 단골집을 만들 정도로 빠져들었다. 반찬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데다, 찬거리도 매일 새로 만들어 신선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찬을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돌고래 시장은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9223㎡ 규모의 근린생활형 시장이다. 주요 품목은 반찬류와 청과물, 전통 항아리 등이며, 146개 점포가 지층부터 2층까지 3개 층에 분포해 있다. 신도시가 개발될 때 함께 조성돼 벌써 24년이나 된 분당 토착 시장으로, 매일 평균 1400명의 손님이 찾는 지역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다소 특이한 이름엔 '돌고래가 망망한 바다를 헤엄치는 것처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다가가겠다'는 상인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6일 방문한 돌고래 시장은 전통시장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적정온도에 맞춘 에어컨, 밝은 조명, 깨끗한 시설, 깔끔하게 정리된 진열대 등 모르고 방문하면 20년이 넘은 시장인지 모를 정도로 관리가 잘 돼 있었다.
관련기사

1~2인 가구가 구매하기 편하게 낱개 포장된 돌고래 시장 상품[사진 = 방성식 인턴기자 ]
제품 포장에도 공을 들였다. 상품 종류가 많은 반찬가게는 포장 위에 어떤 음식인지 표시된 스티커를 붙여 두었고, 포장 용량도 다양하게 해 1인 가구 고객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청과물 점에서도 3~4개씩 포장한 과일을 따로 진열했으며, 빵집에선 케이크를 조각 단위로 판매했다.
돌고래 시장 상인회 박영신 회장은 “20~30대 젋은 부부와 은퇴한 고령 가구가 많은 분당 특성상 용량이 적은 상품이 판매량이 높다”면서 “처음엔 양이 많아 덜어달라는 고객의 주문에 맞춰주는 정도였지만, 2~3년 전부턴 적극적으로 1~2인 가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돌고래 시장은 매일 신선한 반찬을 새로 만드는 데다, 메뉴에도 변화를 줘 선택의 폭이 넓다”고 자랑하는 박 회장은 “반찬 가게를 기반으로 시장 이름을 붙인 도시락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튀김과 볶음 같은 고열량 식품 대신, 건강한 반찬을 사용한 도시락으로 30~40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돌고래 시장은 성남시의 ‘골목형시장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이번달부터 4개 특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시락 브랜드 사업을 비롯해 상가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국 운영, 주민들을 위한 야외주차장 영화관 설치, 악기 교실 등 아동 대상 문화 동아리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성남예술센터에서 DJ교육까지 받았다는 박 회장은 “연세 있는 분들은 도전하기 힘겨워하시지만, 전통시장도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성남시, 분당구청 등 지자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데다, 20년 넘게 함께한 상인들과 끈끈한 정이 있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고래 시장 반찬 가게에 다양한 찬거리가 진열돼 있다. [사진 = 방성식 인턴기자 ]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