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시그널’은 됐는데 ‘원티드’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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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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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시청률이 안나올 줄 알았다. 예상대로 고전중이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는 5.9% 동시간대 꼴찌로 출발했다. 창대한 것들의 시작은 종종 미약하다.

드라마 줄기는 이렇다. 톱 여배우 김아중의 아들을 납치한 유괴범은 "아들을 구하고 싶으면 10부작 생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방송하라"고 요구한다. 김아중은 이를 받아들이고 과거 자신을 짝사랑했던, 비상하도록 유능한 PD 엄태웅을 끌어들인다.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캐릭터들도 면면히 살아있다. 아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방송국의 회생만을 쫓는 김아중의 남편이자 케이블 방송사 사장 송정호, 흥행 냄새를 개처럼 맡는 방송 작가 박효주, "네 아들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을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PD 엄태웅을 통해 제 욕망만을 쫒는 미디어 환경의 노골적 작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차원의 활자를 생생한 삼차원으로 구현하는 것은 단연 배우들. 엄태웅은 방송에 대한 욕망과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어지럽게 뒤얽힌 눈빛으로 김아중에 대한 마음을 단박에 표현해내고, 송정호는 친절한 표정으로도 비열한 잔향을 남긴다. 쫓기는 방송일정에 잠 한숨 자지 못한 나른한 눈빛으로도 방송 작가 특유의 날 선 예민함을 표현하는 박효주까지 호연은 주 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불필요한 감정 놀이나 미숙한 아이돌 따위는 없이 수준급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드라마의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이다. ‘시그널’ 등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하는 장르물에게는 주저 없이 찬사를 보내면서 지상파의 그것에는 유독 야박하니 말이다.

SBS를 포함한 지상파가 시청률 쫓기에 급급해 비상식이 판을 치는 막장 드라마나 신물 나도록 지겨운 로맨스물을 게으르고 무책임하게 편성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SBS는 종종 도전적이었다. 일례로 tvN에서 방송한 ‘시그널’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로 거듭난 김은희 작가의 요람은 SBS다. 장르물 처녀작인 ‘싸인’부터 ‘유령’ ‘쓰리데이즈’까지 모두 SBS가 틀었다. 하지만 대중은 SBS가 ‘시그널’에게 편성을 내어주지 않은 것만 기억한다.

시청자는 “지상파 드라마는 맨날 사랑놀음이나 한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맨날 한류스타를 내세운 로맨스물만 본다. 6일부터 ‘원티드’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 경쟁 중인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첫방송 시청률은 12.5%였다. 한류스타 김우빈과 배수지가 출연해 사랑 타령을 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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